우리은행 기술탈취 논란 2년 후…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논란을 기억하는가. 2015년 한 중소 보안전문업체가 제기한 이 논란은 을지로위원회의 대기업 기술도용 사례로 인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논란 발생 2년 후 그 보안전문업체 대표는 되레 우리은행에 고소를 당했고, 지금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민영화에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기술 탈취 논란 2년 후의 민낯을 살펴봤다.

▲ 우리은행의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던 중소 보안전문업체 비이소프트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5년 7월 우리은행이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중소 보안전문업체의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보안전문업체 ‘비이소프트’는 2014년 2월 보안솔루션 ‘유니키(Uni-Keyㆍ특허출원번호 10-2014-0013440호)’의 특허를 출원했다.

‘유니키’는 금융거래를 원하는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 기기에 탑재된 유니키를 ‘ON’ 상태로 설정해야 전자금융거래를 가능하게 만드는 서비스다. 금융거래가 필요한 경우엔 ‘ON’으로 설정해 거래를 하고 평상시에는 ‘OFF’로 바꿔 금융 사고를 막는다.

문제는 ‘유니키’가 우리은행이 2015년 4월 론칭한 ‘원터치리모콘’ 서비스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우리은행은 “안심하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도록 2015년 4월에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에서 ONㆍOFF 제어를 하는 ‘원터치리모콘’을 출시하는 등 보안장치 또한 한층 강화한 상태”라는 말로 원터치리모콘 서비스를 알렸다.

이를 확인한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는 우리은행이 자신들의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비이소프트가 이미 2014년 3월 우리은행에 ‘유니키 사업’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표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총 5번에 걸쳐 유니키의 자료를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원터치리모콘을 준비하던 우리은행이 유니키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기술 탈취 의혹 논란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15년 9월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ㆍ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ㆍ민변민생경제위원회ㆍ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개최된 중소기업피해사례발표에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침탈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비이소프트의 주장에 고소로 맞섰다. 우리은행은 2015년 6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벌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비이소프트 표 대표를 고소했다.

이후 사건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찰이 2015년 12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5개월 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표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벌률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5개월 만에 경찰 조사 뒤집은 검찰

검찰은 비이소프트의 ‘유니키’와 우리은행의 ‘원터치리모콘이’ 완전히 다른 것인데도 표 대표가 두 기술이 똑같다고 주장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우리은행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법률대리인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법적 다툼을 시작했고, 표 대표는 ‘나홀로 소송’을 감내해야 했다. 그렇게 2년,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비이소포트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밝고 있다. 대기업과의 소송에 사업은 뒷전으로 밀렸고 소송 소식이 퍼지면서 그나마 있던 고객은 하나둘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해외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필리핀 정부와 2014년 5월부터 추진한 ‘유니키 프로젝트’도 엎어졌다. 소송에 휘말린 기업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지난해 11월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해 사무실을 쫓겨나듯 빼야 했다. 20명이 넘던 직원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국내 특허 13건과 해외 특허 3건을 보유했던 촉망받는 중소 보안전문기업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린 것이다.

표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보안기술 개발에 힘썼던 기업이 폐업의 기로에 서있다”며 “우리은행의 기술탈취 한방으로 어렵게 일궈낸 결과가 모두 헛수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명의 소액주주가 있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한 회사가 됐다”며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가 되레 우리은행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자가 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 우리은행의 기술탈취 의혹을 주장한 표세진 비이소프트 대표는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표 대표의 억울함을 들어준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우리은행의 기술탈취 의혹을 함께 규탄했던 을지로위원회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표 대표는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을지로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을지로위원회 신문고에 남긴 글은 허무한 메아리만 남겼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표 대표가 보낸 메일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아 검토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라도 메일을 확인해 보겠다”며 “관련 내용을 내부적으로 공유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힘없는 중소기업의 억울함이 잊히는 동안 우리은행은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11월 4전 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고, 실적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6375억원으로 2011년 2분기(7653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업 수순 밟고 있는 비이소프트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술탈취 의혹이 제기됐던 2015년 7월 9000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지난 14일 1만8600원으로 두배 이상 상승했다. 게다가 기술탈취 의혹에 중심에 있던 우리은행 관계자 2명은 승진까지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인사를 밝히긴 어렵다”라면서도 “은행에 재직 중이고 승진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특허전쟁을 벌이면 변리사들이 몸을 사린다. 중소기업이 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술은 침탈되고, 사회는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비이소프트는 이런 슬픈 현실을 잘 보여준다. 표 대표는 말했다. “아무리 내 기술이라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힘과 자본,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이젠 힘도, 돈도, 열정도 없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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