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치킨업계가 튀김기름으로 마케팅을 펼친 것은 치킨 시장을 “맛은 있지만 덜 해롭게 먹고 싶은 시장”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회사의 전략을 결정할 때 ‘동물적인 감각’을 중시해야 할까, 아니면 ‘숫자’와 ‘데이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어떤 조직이든 이 문제로 늘 고민할 것이다. 어떤 것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회사의 전략이 달라지고,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어서다. 정답은 믹스다.

전략은 시장을 정의하고, 이에 맞춰 브랜드 자산, 마케팅 자원, 유통 파워 등을 활용해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시장을 올바르게 정의해야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고, 명쾌한 전략이 나오는 이유다. 빅 픽처(big pictureㆍ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행동하는 걸 비유한 말)가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연히 빅 픽처를 단순하게 그리면(drawing) 그릴수록 전략은 명쾌해진다. 문제는 빅 픽처를 ‘감感’으로 그릴 것이냐 ‘숫자(정량적 계수)’와 ‘데이터’로 만들 것이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빅 픽처는 감과 데이터를 적절하게 섞어 그려야 한다. 다만 순서가 있다. 우선은 감을 잡아야 한다. 감은 업력業歷일 수도 있고, 해당 산업의 근무경력일 수도 있다. 해당 산업의 불문율처럼 불리는 시장의 고정관념부터 트렌드 변화에 따른 최근 동향까지 포함된다.

둘째, 감을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물론 조직 내 데이터는 곳곳에 산재돼 있어 감을 뒷받침할 계량적 근거를 별도로 수집해 정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감으로 대강의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그림이 허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순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한 객관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감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후 맥락을 해석하고 그 맥락을 명제화해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하면 시장을 명쾌하게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지막은 여러 맥락을 묶어 하나의 커다란 대명제로 이끌어내는 통찰의 단계다. 각각의 현상을 해석하고, 맥락을 연결해 시장을 하나의 큰 그림(strategic framework)으로 완성하는 거다. 그래야 전략을 명쾌하게 만들어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더불어 대안들이 계속 옆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고, 좁혀진 대안 안에서 신속한 실행을 담보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도 꾀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빅 픽처가 조직 내에 있다는 건 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고, 전략의 명확성, 신속성, 효율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예를 들어보자. 치킨 시장에서 “고객은 치킨을 튀기는 기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감을 잡았다고 해보자. 치킨의 주요 구매요인, 유통채널별 시장규모, 구매경로 등의 데이터를 통해 이감을 검증한 후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치킨 시장은 배달 중심이고,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르며, 구매자인 엄마의 영향력이 높다. 따라서 재료(튀김기름)에 민감하다.”

여기에 맥락을 연결하면 “맛은 있지만 덜 해롭게 먹고 싶은 시장”이라는 통찰력을 덧붙일 수 있다. 교촌치킨이 카놀라유로, BBQ가 올리브유로 마케팅 승부를 펼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건강에 더 좋은(healthy)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면 전략은 180도 달라졌을 거다.

인사이트(insight)가 통찰이냐 직관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구분은 생각보다 쉽다. 시장을 꿰뚫는 단순하고 명쾌한 빅 픽처를 갖고 있고, 논리적 맥락이 빅 픽처를 뒷받침하고 있다면 통찰이다. 빅 픽처를 그리는 역순으로 따져보면 인사이트가 직관인지 통찰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자, 이제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시장을 통찰하고 있는가. 혹시 직관이나 데이터의 힘만을 믿고 있는 건 아닌가.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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