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치열한 공직 CEO

▲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인재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동서양을 막론하고 뛰어난 지도자는 모두 ‘용인술’ 의 대가였다. 인물을 뽑을 때 인품이나 능력만을 따질 뿐 개인적으로 좋거나 나쁘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은혜나 원한은 무시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인재 풀(POOL) 을 넓게 쓰겠다는 의지다. 이번 정부에서도 그런 의지가 엿보인다.

Y사장은 민간기업 출신으로 외부 공모 방식을 통해 공공기관장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이 지방에 있어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얼마 전 회의 참석차 서울에 올라왔다며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는 긴장된 표정이었다. 아직 임기가 한참 남아있고 “인위적인 물갈이 인사는 없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도 ‘이미 누가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탓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사실만으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것 같아 직원들 보기가 민망하다. 사정기관에서 기관장에 대해 회사 관계자들과 대면 조사한다는 얘기까지 들리는데 험한 일 당하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나.”

Y사장은 30년간 직장생활하며 지금까지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살았는데 한때의 잘못된 처신으로 더 이상 경력을 이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인가라는 불안감도 내비쳤다. 그런 그에게 “민간기업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공직 CEO는 우수한 경영실적 외에도 정무적인 판단능력과 끊임없는 외ㆍ내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 훨씬 피곤하다. 그래서 근무기간 중에 마음 편히 골프를 치거나 해외여행도 가기가 쉽지 않다.” 지난 공기업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기에 유임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대대적인 물갈이의 한가운데서 과연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P 전 행장은 새 정부 들어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평판조회가 은밀하게 진행돼 대규모 인사 폭풍이 다가올 전망이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기재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수가 332개, 감사와 임원 자리까지 합해 2000여개의 자리다. 그야말로 10여 년 만에 대규모 채용 시장이 열린 셈이다.

그는 현 정부와 국정철학도 공유하는 편이다. 굵직한 금융 CEO 자리가 대거 거론되자 D데이를 위한 만반의 계획을 짜는 중이다. 계획은 이렇다. 첫째, 관련 인사를 하루 5명 이상 만나 본인의 뜻을 전한다. 둘째,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전문가 그룹에게 자문을 구한다. 셋째, 관심 가는 기관의 임원이나 사외이사를 파악해 정보를 입수한다. 넷째, 주위 평판을 고려해 행동을 조심하고 공기업행동윤리강령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은 외부에 소문이 나면 반격이 들어오므로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거다. 내각인선이 거의 막바지 마무리 단계이므로 마음이 급해진 그는 오늘도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있다.

‘인재’는 국가경쟁력 원천

필자는 25년간 기업에 고급 인재를 추천ㆍ평가ㆍ검증하는 일을 해왔다. 이번 정부는 선거기간 중 ‘인사추천실명제’ ‘여성인재등용 30%’ ‘보은이나 낙하산인사 금지’ 등 몇 가지 인사원칙을 정했다. 또한 공공기관장 선임을 위해 정치권이나 대선캠프 인사를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경력이나 전문성을 우선시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고로 적합한 인재를 잘 골라 쓰면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화근이 되는 인물을 등용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만들어 결과는 불 보듯이 뻔하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인재’는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국가 경영에 인재경영 개념을 도입해서 자유롭고 공정한 인사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스 대표 susie@younpartners.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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