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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삶 비교해보니…] 물가 오르는 속도는 월급보다 빨랐다1997년 직장인 vs 2017년 직장인
[250호] 2017년 08월 09일 (수) 08:47:57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며 수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잃었다. 2017년 현재는 심각한 실업난에 빠져 길 잃은 청년들이 허우적대고 있다. 어렵게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꽃길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월급이 인상되는 것보다 더 가파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과연 1997년과 2017년을 사는 직장인의 지출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상의 인물을 세워 타임머신에 태워봤다.

▲ 월급이 61.9% 오르는 사이 하루 지출은 111.8% 늘었다.[사진=뉴시스]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1997년 7월의 이범준(가명ㆍ28)씨는 중소기업 입사 7개월 차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도 하루아침에 픽픽 쓰러지는 상황에 용케도 취업에 성공했다. 어떤 일자리도 상관없다는 마음에 전공을 살리진 못했지만 취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아직 신입이라 월급은 11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월세 30만원짜리 작은 원룸도 얻었다.

그해 7월 25일. 범준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담배 한갑을 산 후 만원버스에 몸을 끼워 넣고 송파구 잠실에 있는 회사로 출근했다. 처음 프로젝트에 합류해 정신없는 오전 일과를 보내고 드디어 점심시간.

근처 중식당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던 길 편의점에 들러 콜라 한 캔을 사서 따는 순간, 입사 동기 녀석 둘과 마주쳤다. “한번 뭉쳐야지”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늘 야구장이나 가자”며 순식간에 약속이 잡혔다.

점심시간이 끝나 다시 업무에 돌입. 야구장에 간다는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부랴부랴 자리를 정리하고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기 둘을 만나 지하철을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오늘 야구장 입장료는 범준씨가 기분 좋게 쏘기로 했다. 오는 길에 미리 전화로 주문해놓은 치킨 한 마리까지 사들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가슴이 쿵쾅댔다.

   
▲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하루하루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오랜만에 야구장에 온 그를 반기기라도 하듯 경기는 범준씨가 응원하는 홈팀이 이겼다.

동기들과 기분 좋게 소주 한잔 하고 싶지만 내일 출근을 위해 다음을 기약했다. 동기들과 헤어진 범준씨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오늘 하루쯤은…’이란 마음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집에 들어오는 길 마트에 들러 맥주 두병과 새우깡 한봉지를 샀다. 토요일엔 오전근무만 하는 여자 친구가 내일 집에 놀러오기로 해 같이 먹을 생각으로 삼겹살도 한근 샀다.


팍팍해진 삶, 괜한 말 아니다

이날 범준씨가 하루 동안 쓴 돈을 얼마일까. 담배(디스) 한갑은 900원, 출근길 버스비는 400원이다. 점심시간에 먹고 마신 자장면과 콜라는 각각 2500원과 400원. 퇴근해서 야구장까지 타고 간 지하철 요금도 400원이다. 기분 좋게 쏜 야구장 입장료는 1인당 5000원(비지정석 기준)씩 총 1만5000원이고, 치킨은 8500원이다.

잠실에서 천호동까지 귀갓길에 탄 택시비는 3500원. 집에 가는 길에 들른 마트에서 맥주(500mL) 두병과 새우깡, 삼겹살을 사고 지불한 돈은 5846원이다. 이렇게 그가 하루 동안 지출한 비용은 총 3만7446원이다.

자, 이제 2017년으로 돌아오자. 1997년의 그날과 똑같은 하루를 보낸 범준씨의 지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먼저 월급이다. 1997년에서 2017년, 20년 사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61.9% 올랐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 중소기업 신입사원으로 110만원을 받던 범준씨의 월급은 178만원이 된다.

이제 소비 차례다. 2015년 1월 1일부터 담배가격이 오른 탓에 1997년에 900원이던 디스 한갑의 가격은 4000원으로 344.4%나 올랐다. 버스 요금도 인상됐다. 500원짜리 동전을 요금함에 넣으면 100원을 거슬러주던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어느 새 1200원이다. 20년 사이 200%가 오른 거다.

   
 

음식값이라고 안 오를 리 없다. 자장면은 2500원에서 5000원으로 두배가 올랐고, 느끼함을 없애준 콜라도 400원에서 1400원으로 250%가 뛰었다.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하던 지하철요금은 400원에서 1250원으로 212.5% 인상됐다.

야구장 입장료와 치킨가격도 당연히 올랐다. 1997년 1인당 5000원이던 야구장 입장료는 2017년 현재 비지정석 기준 7000원이다. 셋이 1만5000원이던 입장료가 2만1000원이 된 거다. 치킨가격도 두배 올라 평균 8500원이던 것이 현재는 1만7000원이다.


하루 지출 111.8% 증가

집에 돌아오는 길 범준씨가 잠실에서 천호동까지 타고 온 택시비는 35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20년새 기본료가 10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돼서다.

마트에서 산 맥주(1190원→1700원×2)와 새우깡(400원→1200원), 삼겹살(3066원→1만3860원)도 가격이 많이 올라 1997년 5846원만 지불하면 됐던 것이 2017년 7월엔 1만8460원이 필요해졌다. 이로써 범준씨가 2017년 7월 어느 하루 쓴 돈은 7만6310원이다.

1997~2017년 20년 동안 임금은 61.9% 올랐고, 평범한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지출은 111.8% 늘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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