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으론 과자 한봉지도 어림 없어

20년 사이 과자 가격이 약 200% 올랐다. 500원을 내고 과자 한봉지 사면 100원을 거슬러 받던 얘기는 그야말로 옛날얘기다. 1000원이면 과자 두봉지쯤은 거뜬했었는데 이젠 한봉지 사기도 버겁다. 명분없는 가격 인상에 애먼 소비자들만 괴롭다.

▲ 이젠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과자가 거의 없다.[사진=뉴시스]

출출하지만 밥을 먹긴 애매한 시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는다. 손에 닿는 대로 새우깡ㆍ빼빼로ㆍ초코파이를 하나씩 넣고, 밥하기 귀찮을 때 끓여먹을 라면도 봉지면ㆍ사발면으로 한개씩 담는다. 마실 것도 필요하다. 콜라와 사이다는 캔으로, 1L짜리 우유도 챙겨 넣는다. 계산하기 전, 집에 가면서 먹을 아이스크림(메로나)도 하나 집어 장바구니에 담는다. 띠딕띠딕. “4000원입니다.”

새우깡부터 메로나까지…. 장바구니에 담은 총 9개 제품의 가격은 4000원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거냐’고 쏴붙일지 모른다. 그래, 맞다. 1997년 이야기다. 그렇다면 2017년 오늘, 우리는 4000원으로 무얼 살 수 있을까. 20년새 가격은 대체 얼마나 오른 걸까. 1997년과 2017년 가격을 비교해보자.

1997년 당시 1봉지에 400원이던 새우깡(농심)의 소비자가격은 현재 1200원이다. 20년 사이 200% 올랐다. 초코파이(오리온) 개당 가격도 150원에서 400원으로 166.7% 비싸졌다. 빼빼로(롯데제과)는 가격인상폭이 더 크다. 1997년엔 1상자에 200원이었지만 현재는 1200원이다.
 

라면 가격도 올랐다. 1997년 당시 신라면 가격은 봉지면과 용기면(작은컵) 모두 400원이었다. 2017년 7월 현재 기준으로는 봉지면 830원, 용기면 900원으로 각각 107.5%, 125% 인상됐다.

음료가격도 예외일 순 없다. 콜라(250 mL)와 사이다(250mL)는 모두 400원에서 1400원(편의점 기준)으로 250% 올랐다. 1L 용량의 우유는 1997년엔 1350원이었지만 2017년 7월 현재 가격은 2650원이다. 주전부리를 사들고 가는 길에 먹으려고 산 메로나 역시 200원에서 600원으로 200% 가격이 올랐다.

종합해보면 1997년에 40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9개 품목의 현재 가격은 1만580원이다. 20년 전엔 5000원을 내고도 1000원이 남았는데, 지금은 1만원을 내도 부족하다. ‘○○데이’의 특수를 노리고, 국정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대선 준비로 온 국민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려 있을 때마다 업체들이 ‘원재료가 상승’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로 슬금슬금 가격을 인상해온 결과다.

업체들의 그런 꼼수 탓에 국민들은 이제 1000원으로 과자 한봉지도 온전히 사먹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합리적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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