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물가 탓에 서민음식 사라져

단돈 1만원이면 네 식구가 자장면 한그릇씩 배불리 먹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동네 중식당에서 자장면 두그릇만 먹어도 1만원이 사라질 판이다. 어디 자장면뿐인가. 등심은 그렇다 치더라도 삼겹살도 부담스러워졌다. 국민간식 치킨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97~2017년 20년새 서민음식이 사라졌다.

▲ 비싼 물가 탓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는 것도 버겁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갈 곳 잃은 서민들을 위로해주던 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었다. 부담스럽지 않는 가격에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삼겹살과 소주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1997년의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997년 7월 삼겹살 100g은 511원이었다. 1인분 200g을 기준으로 4인분을 사면 4088원. 여기에 함께 마실 소주(진로 360mLㆍ750원)와 맥주(카스 500mL병ㆍ1190원)를 한병씩 사도 6028원이다. 하지만 이를 2017년 현재 가격으로 계산하면 260%나 상승한다.

먼저, 삼겹살이 많이 올랐다. 1997년에 100g에 511원이던 삼겹살은 현재 2310원이다. 4인 가족이 먹을 삼겹살을 사는 데만 1만8480원이 든다. 주류 가격도 꾸준히 올랐다. 최근엔 빈병보증금까지 소비자가격에 포함돼 마트 기준으로 맥주가 1700원, 소주(참이슬)는 1400원가량에 판매한다. 2017년에 4인 가족이 삼겹살에 맥주와 소주를 한잔씩 한다면 2만1580원이 필요한 거다.
 

소고기 값도 만만찮게 올랐다. 1997년 당시엔 등심 1근(600gㆍ1등급)에 1만4000원이었지만 현재 소고기 1근을 사려면 4만8000원이 필요하다.

장소를 집밖으로 옮겨보자. 1997년의 4인 가족은 1만원이면 자장면(2500원) 한그릇씩 시켜먹을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빅맥(2300원)을 하나씩 먹어도 9200원이면 됐다. 2017년엔 어떨까.

자장면 평균 가격은 5000원이다. 4인 가족이 먹으려면 2만원이 든다. 집에 가는 길에 똑같이 빅맥(4400원)을 먹는다면 1만7600원이 더 필요하다. 1997년에 1만9200원이던 외식비가 2017년엔 3만7600원으로 부푸는 셈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치킨도 8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평균가격이 두배 인상됐다.

그나마 커피가격의 인상폭이 낮다. 1997년 신세계가 미국 스타벅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1999년 오픈한 스타벅스 1호점(이대점)에서 판매한 아메리카노의 당시 가격은 3000원. 현재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4100원이니 36.7% 가격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당시 삼겹살 한근 가격이 30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출시 당시 가격이 비쌌다.

1997년만큼이나 고된 삶을 살고 있는 2017년 서민들이 비싼 물가 탓에 서민음식마저 잃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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