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활동 어려운 서민들

1997년 외환위기라는 끔찍한 악몽을 겪은 우리나라 서민들은 ‘쉼’이 필요했다. 주 5일제가 자리 잡은 지금, 그때와 비교하면 시간도 한결 많아졌다. 그런데도 집 밖을 나서는 일은 여전히 무섭다. 어딜 가든 ‘돈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다.

▲ 서민들은 여가 활동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사진=뉴시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해다. 어지간한 농구스타들은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 당시 이들의 화려한 드리블을 보기 위한 입장료는 6000원이었다. 20년이 지난 올해 프로농구 평균 입장료는 9800원으로 뛰었다. 프로야구 티켓 값도 올랐다. 1997년 잠실야구장의 주말 외야석 기준 입장료는 5000원. 지금은 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20년이나 지난 것 치고는 오름폭이 크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구장별로 입장권 가격이 자율화됐다. 각 구단이 좌석을 다양화ㆍ고급화하면서다. 지난해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의 일부 좌석은 9만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우리가 내는 입장료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놀이공원 가격도 만만치 않아졌다. 1997년 한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은 1만8000원이었지만 지금은 5만2000원을 내야한다. 188.9%의 인상률이다.
 

저렴한 데이트 코스로 꼽히는 ‘영화’ 역시 가격 인상폭이 만만치 않다. 1997년 5000원하던 영화 티켓 요금은 올해 평일 일반석 기준 9000원으로 올랐다. 시간별ㆍ좌석별로 따지면 오름폭이 더 크다. 주말이면 1만1000원으로 뛴다. 티켓 요금이 오르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영화관의 독특한 시장 구조가 작용했다.

국내 영화관 시장은 멀티플렉스 3사(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가 스크린 수를 기준으로 전체 95%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1~2개월 간격을 두고 유사한 가격 정책을 시행한다는 점. 한 사업자가 가격을 올리면, 뒤이어 다른 사업자가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식이다.

편하게 실내에서 책 한권을 보는 일도 쉽지 않다. 책 한권을 사는 데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997년 신간 기준 평균정가는 9607원. 2017년인 지금은 1만8160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휴일 평균 여가시간은 2014년 5.8시간에서 2016년 5시간으로 줄었다. 만족도 역시 57%에 불과했다. 이들이 여가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33.4%가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ㆍ당구ㆍ볼링ㆍ야구장ㆍ놀이공원ㆍ도서ㆍ스키장 등의 여가비는 20년 전과 비교해 106.8%가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상승률은 61.9%. 뻔한 수입으로 한달을 알뜰살뜰하게 살아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주말마다 주어지는 ‘휴일’이 악몽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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