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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 ‘제 궤도’에 들어서이필재의 人sight | 리뷰
[250호] 2017년 08월 10일 (목) 10:41:39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문재인 정부가 5년 청사진인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여소야대의 격랑을 뚫고 적폐 청산도 시동이 걸렸다. ‘이필재의 人sight’를 통해 지난 반년여 정국의 흐름과 경제 이슈를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2주 만에 74.7%로 반등했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7월 24〜26일 전국 유권자 1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이 회사는 지지율 반등에 대해 “‘초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해선 부정적이었지만 증세엔 찬성하는 유권자들이 결집한 것” 등이 반등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혁명이 일어나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손호철(65)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촛불의 시대정신을 ‘정의에 대한 갈구’로 규정했다.

“불공정한 나라에 대한 분노가 내연內燃하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돈 많은 부모가 곧 실력인 세습사회와 결별하고, 열심히 일한다면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정부 출범 후에도 ‘갑질’은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이 대표적이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원로 법조인 신영무(73) 변호사는 “갑질을 없애려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회사원 등 모든 민간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 전 영역을 포괄하도록 이 법을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 정부 출범 후 ‘비정상화의 정상화’도 제 궤도에 들어섰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서울대병원 측이 변경한 것은 단적인 예다. 일찍이 백남기씨의 사망은 외인外因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한 이윤성(64)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백씨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사진=뉴시스]

“사망에 외부 원인이 조금이라도 개입해 사회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사인 결정권을 의사가 아니라 사회가 행사토록 하는 게 현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의 취지입니다.”

소득세와 부가세 손질해야

증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이른바 핀셋 증세에 대한 찬성 여론은 85.6%에 이른다(리얼미터). 이명박 정부 경제 사령탑이었던 윤증현(71)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없는 복지론’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세부담률을 올려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게 그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19.6%인데 25%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이 낮습니다. 점진적으로 6~7% 올려야 합니다.”

그는 그러나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국가 간에 경쟁하는 시대 법인세율이 높으면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신 공제와 비과세를 줄여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득세와 부가세는 손봐야 합니다. 새 정부가 전면적인 조세개편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엔 ‘세금 다 내고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는 정서가 있다. 윤윤수(72) 휠라코리아 회장은 이런 생각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번 돈의 40~50%를 세금으로 낸다”고 말했다.

“사업으로 번 돈의 25%만 내 것입니다. 세금으로 내는 절반이 내 것이라 생각하는 건 잘못이에요. 나머지 25%를 저는 남을 위해 씁니다. 세금 다 내고 사업을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세금을 제대로 안 내려 편법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는 “자기 사업을 혼자서 일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이 현상 유지를 한다면 이미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남의 몫을 인정해야 사업을 문제없이 해나갈 수 있어요.”

그는 또 “깡다구야말로 기업가정신의 바탕”이라고 역설했다. 조직생활도 깡다구로 하라고 부추겼다. “상사가 어떤 지시를 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깡다구도 부리고 본때를 보여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리스크를 안아야 하고, 그랬다가 실패도 합니다. 그 덕에 겸손해지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 깡다구가 바로 기업가정신의 바탕이에요. 돈 많은 사람이 돈 버는 게 자본주의의 약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고.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있으면 돈 없이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를 교정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고언을 들어봤다. 최진(57)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너무 수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장관들이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돼 버렸어요. 각도로 표현하면 45도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전사회적으로 기득권을 해체하라

황영기(65)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30~40년간 우리나라가 이룬 작은 성공이 강고한 기득권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정치인·기업인은 물론 노동조합·시민단체·교사단체·대학 모두 기득권에 취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실기하기 전 “개헌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선의 어젠다는 국가 지배구조를 제대로 고치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권력구조와 더불어, 지역 대표를 뽑는 제도로 변질된 국회의원 소선거제를 손봐야 돼요. 국가 거버넌스 문제에 비하면 경제·외교·남북관계의 난제는 일시적인 거라고 할 수 있어요. 1~2년 걸리더라도 87년 체제를 대체할 새 체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는 또 노동 개혁을 주문했다. “대기업 노조를 비롯해 강성 노조의 기득권을 없애 경영의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산업의 장기적 발전은 고사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길도 없다”고 말했다.

당면한 개혁 과제는 검찰 개혁이다. 검찰 출신인 김영수(75) 전 문체부 장관은 핵심 이슈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수사경찰의 독립과 경찰 수사를 민생사건에 국한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FBI처럼, 지휘권자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수사 경찰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경찰의 상명하복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따르는 검찰 조직 이상이에요. 또 경찰이 맡는 수사는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민생사건에 대한 것에 국한해야 합니다.”

보수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연이어 제의받은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친서민적인 행보로 스타일 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콘텐트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운동권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이념에 경도돼 경쟁보다 평등을 중시, 정책 결정과정에서 수월성을 무시할까 봐 걱정이 좀 됩니다. 기술력이 좌우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자칫 하향 평준화의 길에 들어섰다가는 우리나라가 3등 국가로 전락할 수 있어요.”


기본소득 도입하면 부자 증세 필요 없어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인 소득주도 성장엔 기본소득제 도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 4월 「우리가 경제다」라는 책을 낸 김의철(50)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국민연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기본소득제는 중산층을 늘리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하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부자 증세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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