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명암

▲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닻을 올렸다.[사진=뉴시스]

도시재생 뉴딜은 쇠퇴한 구도심에 막대한 돈을 투입해 ‘살 만한 지역’으로 되살리는 사업이다. 국토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 등 국가적 목표가 얽힌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최근 이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장밋빛 전망’을 꺼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재원마련, 부동산 투기 예방 등 산적한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7월 4일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다. 국토부는 구도심과 노후주거지 등을 포함해 정비가 시급히 필요한 곳을 선정해 매년 100곳씩, 임기 내 500곳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출범식에서 “도시를 되살리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지자체, 지역 주민, 전문가들이 충분히 소통해 협업해 줄 것”을 주문했다.

닻 올린 도시재생 사업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첫 사업대상 지역이 선정될 예정이라서다. 재개발ㆍ뉴타운이 진행되는 지역이 우선 타깃이다. 이들 지역은 뉴타운 지정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노후 주택이 발생했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졌다. 도시재생의 주요 사업 목적 중 하나가 주거환경 정비 외에도 공동체 복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수도권 573개 구역(조합원 약 17만명)에서 재개발과 뉴타운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은 268개 구역에 조합원 수가 6만6112명이고, 경기도는 208개 구역(5만6352명), 인천은 97곳(4만7320명)이나 된다.

지역별로는 인천시 남구에 집중돼 있다. 재개발ㆍ뉴타운 구역이 35곳(1만687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 남구 구도심에 저층 노후 단독주택과 연립ㆍ다세대주택이 밀집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영등포가 34곳(29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길뉴타운과 영등포뉴타운에 재개발 구역이 밀집한 영향이 크다. 경기도에서는 덕소뉴타운과 지금동뉴타운이 있는 남양주가 32곳(2117명)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이들 지역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재생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 전면개발방식으로 진행돼 기존 지역이 가진 역사 문화적인 보존가치를 모조리 밀어버린 뉴타운의 단점을 보완했다. 저소득층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가 낡은 집들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주거 안정도 꾀할 수 있다. 건설업이 활성화되면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도시재생 사업을 두고 마냥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연간 10조원의 재원이 5년간 투입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약 31조원)나 4대강 사업(약 22조원)과 비교해도 규모가 훨씬 크다. 건국 이래 단일 개발사업에 이토록 많은 예산이 배정된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는 연간 10조원의 예산 중 2조원은 정부 재정으로, 3조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 사업비로, 나머지 5조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쉽게 배정해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진통이 발생할 게 뻔하다.

부채가 많은 공기업이 대규모 출혈을 순순히 감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50조원 중 절반을 담당하는 주택도시기금 역시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재원이 아니다. 주택청약 통장 가입자와 국민주택채권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서 이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 부채성 기금이다.

5년의 짧은 임기 중에 실질적으로 사업추진을 할 수 있는 기간이 3년 길어야 4년에 불과하다는 점도 리스크다. 사업지 500곳을 선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기 5년 안에 사업을 완료할 가능성은 낮다. 정권 교체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기조가 자꾸 바뀐다면 도시는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사업 자체가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물론 도시재생사업의 최우선 가치는 ‘공공성 확보’지만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면 기금만 낭비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비슷한 모델로 꼽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수익성 확보를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건축물이 밀집한 가로(도로)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인데 사업비 조달, 전문성 부족, 시공사 참여 저조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 상승은 난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도 있다. 낙후된 구도심의 활성화로 기존 점포의 임대료가 오르고 기존 임차인들이 떠밀려 지역을 떠나게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대상지 선정과정에서 투기수요 사전차단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50조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전국 각 도심에 풀리면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해서다.

이미 도시재생 대상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일부 구도심에선 사전에 인근 건물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시재생 대상지의 투기 우려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만 난항을 겪는 게 아니다. 낡은 동네를 새롭게 탈바꿈하는 일도 어렵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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