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은 면했지만 …

▲ 통일대박 펀드의 현주소는 이름과 거리가 멀었다.[사진=뉴시스]

2014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통일 대박”을 외치자 투자업계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펀드에 ‘통일’을 붙인 이른바 ‘통일펀드’가 사흘이 멀다하고 쏟아졌다.

통일이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통일이 주식시장의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 결과, 통일 펀드 설정액은 2015년 6월말 기준 509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7월 한미 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결정 등 통일과는 거리가 먼 이슈가 잇따라 터지자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탄핵’으로 무너지자 통일펀드는 대박이 아닌 쪽박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다면 통일펀드의 현주소는 어떨까.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3개 통일 펀드 중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는 겨우 4개다. 설정액이 200만원에 불과한 펀드도 있다. 2014년 10월 259억원 대비 1만295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다행히 통일펀드의 수익률은 9.65~14.5%(최근 3개월 기준)로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 수익률 상승 요인이 남북경협, 통일준비 등이 아니라 ‘증시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름은 통일펀드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해 말의 개점휴업 상황은 면했지만 원래의 취지를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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