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 부동산 대책은 다를까

참여정부는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강력한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도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이슈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참여정부 실패 재탕’이라는 비판이 있어서다. 새 정부는 ‘참여정부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전망은 다르다.

▲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이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사진=뉴시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2년 전 참여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규제 정책의 핵심이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연일 불붙는 이유를 ‘투기세력’으로 판단했다.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보유세를 적용하는 종부세가 탄생한 이유다. 개인별로 합산해 주택 기준시가 9억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물렸다.

하지만 종부세가 시행된 다음에도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참여정부는 종부세를 강화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못’이라고 평가되는 ‘8ㆍ31 대책(2005년)’이다. 개정된 종부세는 과세 기준을 종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개인별 합산이 아닌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바꿨다. 이 조치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세금 폭탄’이란 비난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뜯어고쳤다. 과세기준 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였다. 산정방식도 세대에서 개인별로 바꿨다. 세율도 낮췄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판결로 인해 ‘세대별 합산’은 아예 물거품이 됐다.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종부세는 ‘공시지가 기준 9억원이 넘지 않는다면 개인별로 따로 주택을 보유하면 그만’인 제도가 됐다. 지난해 기준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33만9000명. 2007년 48만2622명에서 크게 줄었다. 10년 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던 걸 감안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결국 종부세는 참여정부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욕은 욕대로 먹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하지만 정작 종부세가 제대로 실행된 시기는 2년뿐이다. 기준 설정을 두고 정치권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누더기가 됐다. 그사이 고액 부동산 보유자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그림자가 다시 등장했다. ‘역대급 고강도 대책’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요법’ ‘참여정부 때와 판박이’. 문재인 정부의 ‘8ㆍ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두고 쏟아지는 말이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도입, 양도소득세 강화, 과열지역 금융규제 강화 조치 등 참여정부 때 내놨던 규제들이 대거 되살아났다. 보유세(종부세)를 빼고는 나올게 다 나왔다는 평가다.

금세 역풍이 불었다. 야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면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규제를 쏟아내 수요를 억누르기만 해서는 ‘실패한 참여정부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거다. 강력한 규제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종부세 트라우마

하지만 대책을 뜯어보면 얘기가 다르다. 8ㆍ2 대책은 규제 타깃을 ‘다주택자’에 맞췄다. 일단 출구를 틀어막았다.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이 10%포인트 높아지고, 3주택자는 20%포인트 높아진다. 1주택자도 지금까지는 ‘2년 보유’이던 면세(9억원 이하) 요건을 ‘2년 거주’로 바꿨다.

이 제도는 법 개정을 거쳐 내년 4월 시행할 예정이다. 대상 지역은 서울 전지역과 경기 과천ㆍ성남ㆍ하남ㆍ광명ㆍ고양시, 세종시, 부산 해운대ㆍ연제구 등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는 전국 40개 시ㆍ구다. 다주택자에게 ‘시간을 줄 테니 빨리 집을 팔고 시장을 떠나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대신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양도소득세는 면제해준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취지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입구’도 틀어막았다. 가장 규제 강도가 높은 투기지역의 경우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아니면 2년 내에 기존 대출을 받아 산 집을 판다고 은행에 약정서를 내야 한다.

이 대책에는 다주택자들의 추가 주택 구입 욕구를 억제하는 동시에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아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러자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정부가 제시한 선택은 두가지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든지, 제도권 임대주택시장으로 들어오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선택지를 무시해도 괜찮은 이들이 있다. 현금이 넉넉해 강화된 양도세를 버틸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이다. 이들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기조 등 금융환경으로 부동산 투자수요를 막기가 힘든 상황이라서다.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매도를 압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주택자 집 팔아라”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가능성이 아예 막힌 것도 아니다. 가령 투기지구 소재에 있는 아파트에 대해 1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추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규제가 ‘아파트담보대출’에 한정돼 있어서다. 규제를 벗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부자들은 정부 말보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더 신봉한다”면서 “당분간 시장은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과열-대책 발표-일시적 숨고르기 후 다시 과열-추가대책 발표’의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사이 ‘부동산은 시장에 놔둬야 한다’는 보수적 시장주의자들의 발언권이 세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또 도마에 올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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