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문제 풀리려면…

1986년 12월 31일. 우리나라는 ‘최저임금법’을 제정ㆍ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 최저임금제를 실시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끌어올려 불평등한 상황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다. 당시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62.5원. 이후 최저임금은 한번도 동결되거나 하락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동자의 임금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서민은 많지 않다. 물가 대비 낮다는 평가가 많다. 

▲ 최저임금은 제도 도입 이래 한번도 동결되거나 하락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높다, 낮다’는 기준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저임금 기준을 이렇게 권고했다. ‘평균임금의 50%.’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362만3000원이다. OECD 권고안을 적용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181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시간당 8660원의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8년도 최저임금은 OECD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시급 7530원으로 정해졌다. 이마저도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물론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성과는 아니다. 인상률이 전년 대비 16.4%로 지난 10년간 평균 인상률의 2배에 가깝다. 또한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래 두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매년 15% 수준의 인상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16.4% 인상은 순조로운 출발일지도 모른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주 5일 40시간을 일할 경우 한달에 157만3770원을 벌 수 있어서다. 올해 기준 135만2230원보다 월 22만1540원이 올랐다. 물론 노동계 일부에서는 이런 상승률도 불만이다. 먼저 언급했듯, 최저임금이 여전히 OECD 권고안에는 미치지 못해서다. 

 

임금을 줘야 하는 사용자 측에서는 반대로 울상을 짓는다. 사용자 측은 “16.4% 인상률이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임금이 갑자기 크게 오른다→고용이 줄어든다→내수 시장이 위축된다→기업 실적 악화” 재계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지난해 분석 자료를 따로 낼 정도로 이 주장에 열성적이었다.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경우 최소 24만개에서 최대 5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거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다르지 않다. 비슷한 주장이 일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요식업 등 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도저히 대비할 수 없다는 거다. 

이들의 주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주장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매출 상황은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아르바이트로 대표되는 시간제 노동자ㆍ청소년 및 청년ㆍ저숙련 여성 및 고령 노동자 등의 계층인 것처럼, 사용자도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이 영향을 받는다.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이들은 아니다. ‘사용자 집단 중의 취약계층’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단순히 노동자와 사용자의 통장 입출금 내역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서다. ‘계약 구조’의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하도급 관계에서 ‘을’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맘에 들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비용절감 노력이 대표적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손쉬운 비용절감 방법이 있다. 바로 노동자의 임금을 쥐어짜는 거다.

이렇게 중소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채용기간을 줄이게 된다. 노동자는 숙련 노동자로 성장할 기회가 없다. 기업들은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해 다시 경쟁력이 줄어든다. 딜레마다.   

현재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463만명(경제활동인구조사ㆍ2016년 기준)으로 집계된다. 이들 463만명은 최저임금 1만원에 반대하는 중소기업의 구매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해 소득수준을 보장하고, 소득불평등을 해소해 구매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인 연쇄작용으로 경제의 아랫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적합업종 법제화,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상분 상한선 설정, 추가 인상분 직접 지원, 가맹점 보호 법률 제정 등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사회 각층에 퍼져 있는 취약계층을 광범위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경제 생태계에서 노동자는 소비자고 소비자는 곧 사용자라는 순환적인 사슬로 연결돼 있다. 이런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 구조가 기반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주창되는 최저임금 인상 노력은 사회구성원의 이해와 장기적 관점이 기반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토론과 논의가 시급하다. 
송민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smj@saesayon.org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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