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철민 올바른스토어클리닉 대표

창업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 전문가가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가맹본부의 세밀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비창업자에게 맞춤 업종과 브랜드를 찾아주는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을 선보인 김철민 올바른스토어클리닉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오프라인에서 전문가(스토어닥터)와 함께 창업 전 각종 정보를 검증하고 창업 적합성을 진단하는 공간,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에서 그를 만났다.

▲ 김철민 대표는 자신의 도전이 프랜차이즈의 변화를 견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프랜차이즈 창업에 도전하는 당신. 혹시 ‘이 브랜드 정말 신뢰할 만한가’를 의심해 본 적 있는가.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창업을 할 만한 성격인가’를 따져본 적 있는가. 예비창업자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거의 없다”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창업을 위해 가맹본부를 찾아가면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가맹본부의 장밋빛 청사진과 유혹에 휘말리면 ‘나에게 창업가 기질이 있는가’라는 의문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기 일쑤다.

김철민 올바른스토어클리닉 대표는 이런 비틀어진 세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겼다. “예비창업가에게 가맹본부의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실패자가 양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아가 ‘창업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겐 ‘다른 길을 선택하라’고 말해주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죠.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을 론칭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길은 험난할 게 분명하다. 더매칭이 활성화하기 전까진 대형 가맹본부가 ‘올바른 정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매칭이 만드는 데이터 역시 신뢰성 논란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김 대표는 “작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신뢰성을 보여주겠다’면서 호응해주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단단한 제방은 개미구멍 하나에 무너집니다.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큰 변화를 견인할지는 모르겠지만 침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혁신은 시작됐고, 변화는 잇따를 겁니다.”

✚ 자영업 700만 시대.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그렇다. 인터넷에 수많은 창업 정보가 떠돌고 있지만 막상 ‘장사를 해봐야지’ 마음먹고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 얻을 만한 정보가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그러다보니 안정적인 가맹사업(프랜차이즈)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정보 역시 가맹본부에서 올린 거다.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자영업 700만 시대. 실패 확률도 그만큼 높다.[사진=뉴시스]

✚ 창업컨설턴트가 있지 않은가.
“그들이 가맹본부를 추천하는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보는가. 난 아니라고 본다. 그 평가는 ‘수당’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가맹본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수당으로 주느냐에 따라 추천 기준이 달라진다는 거다. 수당을 10만원 주는 데가 있고, 100만원 주는 데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를 추천하겠는가. 결과는 뻔하다.”

✚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서도 가맹본부 정보공개서를 볼 수 있다.
“매년 4월까지 전년도 재무제표와 회사의 창업정보를 공정위에 제출하게 돼있다. 하지만 최종 등록이 마무리되는 건 8~9월쯤이다. 2017년 7월까진 2015년 정보를 보게 되는 거다. 1년 반도 넘은 자료를 제공하는 셈이다. 창업컨설턴트들 역시 그 자료를 기반으로 컨설팅을 한다. 1년 사이에도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시대 아닌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프랜차이즈를 평가한다(수준평가).
“많이 변하고 있지만 과거의 수준평가는 수치작업만 이뤄졌다. 1등부터 100등까지 순위를 매기는 게 뭐가 중요한가. 100등이어도 창업자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 그렇다면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은 뭐가 다른가.
“예를 들어보자. 정보공개서엔 한해 폐점 수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폐점 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보는 건 폐점 ‘연차’다. 5년이나 10년 동안 가맹점을 유지하다 폐점을 했다고 치자. 이 브랜드는 ‘할만큼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1~2년차에 폐점하는 가맹점이 많다면 그건 분명 감점 요인이 된다. 같은 자료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 가맹본부가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옳은 지적이다. 생태계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시그널도 적지 않다.”

✚ 그게 뭔가.

“가맹점 50개 미만의 가맹본부들은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다.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어 예비창업자들에게 신뢰를 주겠다고 다짐하는 가맹본부도 많다. 이런 분위기를 대형 가맹본부까지 이어가는 게 숙제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실패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나’부터 파악하라

✚ 가맹본부의 정보를 알려주는 게 다인가.
“아니다. 우리는 정보공개서에 드러나지 않은 가맹본부와 점주들의 특성, 본사와 가맹점의 소통지수, 관계지수 등을 분석한다. 한발 더 나아가 예비창업자가 과연 창업에 적합한지, 적합하다면 어떤 유형의 창업이 어울리는지를 진단한다. 그 진단 결과를 토대로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가맹본부의 데이터를 매칭해준다.”


✚ 그렇다면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뭘 해야 하는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굉장히 소극적이고, 주도적이지 못하고, 창업에 별 관심도 없는 사람이 은퇴했다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가맹본부나 창업컨설턴트를 만나면 열에 아홉은 ‘성공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거다. 그럼 그 말에 홀려 제대로 된 분석이나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든다. 그게 현실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과연 내가 창업을 해도 되는가를 진단해봐야 한다. 창업에 적합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성향에 따라 개인창업이 어울리는지, 프랜차이즈가 맞는지 파악하는 거다. 주도적이면 개인창업을, 주도적이진 않은데 안정을 추구하는 성실형이면 조직관리가 잘 돼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면 된다. 반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에겐 점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더 어울린다. 우리의 역할은 가맹본부를 분석하고, 개개인의 성향에 어울리는 유형을 추천하는 거다.”

데이터 신뢰성 필요해

✚ 진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1~3단계에 거쳐 창업환경ㆍ운영능력ㆍ행동유형을 진단한다. 창업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운영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그 사람의 행동유형은 어떤지 설문을 통해 파악하는 절차다. 그다음에는 결과를 토대로 스토어닥터(Store Doctor)가 창업 유형을 진단한다. 창업에 적합한지, 적합하다면 개인창업과 프랜차이즈 중 어떤 게 어울리는지 보는 거다. 진단결과 창업에 적합하지 않다면 솔직하게 ‘창업하지 말라’고 말한다.”

✚ 데이터는 신뢰할 만한가.

“로열티를 내고 디스크(DISC) 행동유형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10년 이상 경력의 창업전문가들이 스토어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매칭을 해주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물론 이게 100% 맞다고 장담할 순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가맹본부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객관성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 만류한 사례도 있나.
“한 고객은 아르바이트를 하다 개인창업을 생각하고 상담을 요청했는데, 진단을 해보니 주도적이기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었다. 이런 성향은 개인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 그중에서도 가맹점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브랜드가 적합하다. ‘개인창업까진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기쁘게 돌아가셨다. 두번째 상담고객 역시 창업에 맞지 않는 분이셨다. 사실대로 ‘창업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불쾌하게 생각할 거 같지만 오히려 상담을 받고 나면 굉장히 행복해 한다.”

▲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은 창업 전 진단을 통해 실패율을 최소화하도록 도와주는 예비창업자를 위한 공간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기존의 컨설팅과 많이 다르다.
“그렇다. 그래서 업계에서 별종 취급도 받는다. 외식업계 동료들은 ‘어려운 거 하지 말고 잘 하는 장사를 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동안 쌓아놓은 데이터는 남을 것 아닌가. 그걸 누군가 보강하고 이어간다면 외식시장에 유의미한 데이터가 생기는 거다. 그래서 내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꼭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우리가 망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 만약 매칭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맞지 않는다면?

“매칭을 하는 경우 1년을 기준으로 잡고 3개월, 6개월, 1년이 되는 시점에 또다시 진단을 한다. 예측한 대로 점주와 가맹본부의 궁합이 맞는지 보는 거다. 처음 진단한 것과 다르게 점주가 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맹본부의 잘못으로 점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본부를 압박할 거다. 우리가 더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신력을 키워야 한다.”

보상제도로 책임감 부여

✚ 매칭에 실패했을 때에 대비한 제도적인 장치는 없나.
“프리미엄 회원으로 가입하면 점주가 원하는 브랜드 조사, 진단을 바탕으로 한 적합 가맹본부 매칭, 에스코트 서비스까지 한다. 점주가 본사와 상담할 때 동석해 날카로운 질문들을 대신 해주는 거다. 진단을 거쳐 매칭을 했는데 1년 안에 망하면 보상을 해주는 ‘세이프티 플랜(Safety Plan)’도 있다. 개설비의 20%, 최대 20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보험료 개념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진실성과 안정성을 증명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이 모델이 프랜차이즈 시장 정화에 도움이 될까.
“많은 사람들이 창업진단을 받으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신뢰할 수 있는 공간(더매칭)과 사람(스토어닥터)으로 외식창업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 올해 안에 50개 가맹본부와 500여 가맹점의 진단을 완료하고, 내년까지 200여개 본부, 3000여개 가맹점 진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대로 된 매칭으로 예비창업자의 실패를 최소화할 것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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