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노총 졸속사업에 8억원 지원하고 감사도 안했다”
“서울시, 민노총 졸속사업에 8억원 지원하고 감사도 안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52
  • 승인 2017.08.17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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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서울시 민노총 지원사업 왜 논란인가

약 7억9000만원. 지난해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이다. 법적 근거가 있는 지원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서 ‘서울본부가 지원금을 허투루 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 지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감사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민의 세금이 줄줄 샜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 일부 운영위원들과 서울지역 산별노조 간부들이 서울시-서울본부가 서울시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시의 노동단체 지원금을 둘러싸고 민주노총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가 서울시의 지원금(15억원 중 7억9000만여원)을 받아쓴 것을 두고 ‘허투루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민노총 서울본부의 ‘서울시 지원금 사업’은 민노총 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민노총 서울본부 집행부는 사업을 강행했다. 내부에서부터 잡음이 생겼다. 왜 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느냐는 거였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민노총 서울본부의 일부 운영위원들은 민노총 서울본부 집행부(본부장·부본부장·사무처장 직무대행) 간부들을 총연맹 규율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총연맹 규율위원회는 서울본부장과 부본부장에게 정권(권한정지)에 준하는 조치를, 사무처장 직무대행에게 1개월의 정권을 서울본부에 권고했다.

민노총 서울본부 집행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시 지원금 사업을 중단하라”는 중앙집행위의 결정에 불복해 사업을 계속한 것은 물론, 서울시 지원금 사업에 반대하는 조직국장들을 인사전환 배치하고, 일부 운영위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규율위의 결정에는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면서 맞섰다.

결국 문제를 제기했던 민노총 서울본부 운영위원들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7월 18일 서울본부의 일부 운영위원과 지역 산별노조 간부 20여명은 서울 중구 정동 총연맹 중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지난해 총연맹이 노동운동의 자주성 훼손을 이유로 중단을 권고했던 서울시의 지원금 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민노총 서울본부 내부에서도 반발이 많았던 사업이다. 더구나 지원금 사업은 회계감사조차 받지 않았다. 목적이 불분명한 사업도 있다. 지원금 집행 절차가 민주적이지도 않고, 투명성도 없었다. 공익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시민의 세금이 원칙도 없이 마구 쓰여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민노총 서울본부에 제공한 지원금의 공식명칭은 ‘노동단체지원금’이다. ‘노동단체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사업 등에 재정을 지원, 노동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과 합리적인 노동조합 활동 진전을 도모(노동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0년 제정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근거다. 서울시는 민노총 서울본부에 한해 15억원의 예산을 배정해왔다.

서울시 지원금 사업 뜯어보니 엉망

민노총 서울본부는 이 지원금 중 약 1억1340만원을 ‘서울지역 노동실태조사’ 사업에 썼고, 여기서 5280만원을 ‘서울지역 사업체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했다. 서울지역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을 위한 사전 절차였다. 하지만 이 ‘조직화 사업’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지원금 5280만원을 허공으로 날려버린 셈이었다.

더구나 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지역 노동실태조사’ 사업을 윈지코리아컨설팅이라는 곳에 맡겼는데, 정식 공모를 거치지도 않았다. 당초 이 사업의 발주 금액은 1억7600만원.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5000만원 이상의 사업은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취해야 한다. 문제는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민노총 서울본부도 이 규정이 적용되느냐다.

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를 진행했다”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지운(임지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한 조건이 명시돼 있고,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무조건 공공입찰을 거치도록 돼 있다”면서 “지원금을 받는 기관 역시 이 시행령을 따라야 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공공입찰 기준을 따르는 것은 지원금을 받는 기관이 투명하게 자금을 운용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공공입찰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원금 4900만여원을 투입한 ‘시민노동법률학교’ 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시민노동법률학교’의 취지는 지역민과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치구 단위로 노동법을 교육한다는 것이었다. 11개 자치구에서 3일씩 총 33회를 진행했는데, 총 참여인원은 405명에 불과했다. 한 자치구에서 1회당 고작 12명이 강의를 들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강의를 끝까지 들은 사람은 자치구당 3~4명(총 120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사업의 홍보비로 2억5000만원을 지출했다는 점이다. 수억원의 홍보비를 지출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서울본부 내부 평가 자료에는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홍보도 안 된 사업(시민노동법률학교)을 급하게 진행했다는 방증이다. 당시 서울지 지원금을 투입해 제작한 홍보물은 민노총 서울본부 창고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1억311만원을 투입한 서울본부 간부·자치구지부 워크숍도 문제가 많았다. 총 27회(사업별로 묶음)의 워크숍(일부 ‘교육’도 포함)이 진행됐고, 총 2330명이 참여했다. 1명당 122만원을 쓴 셈이다. 한끼 밥값은 무조건 1식 1만원으로 산정됐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외치는 이들의 밥값치고는 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식사를 한 인원만 나와 있을 뿐 어떤 근거자료도 나와 있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총 27회 중 7회는 회의실 등에서 열렸지만, 10회는 관광지나 리조트 등에서 진행됐다. 친목도모와 야유회 명목으로 서울시의 지원금을 사용했다는 거다. 나머지 10회는 어디에서 열렸는지조차 없었다. 워크숍의 평균 토론 시간은 1일 평균 2~3시간에 불과했다.

익명의 전직 민노총 간부 A씨는 “남들이 보면 마치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 지원금 사업을 통해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처럼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사업을 이런 식으로 진행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민노총 서울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시의 노동단체지원 사업도 허점투성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했다. 민노총 서울본부가 지원금 사업계획을 확정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서울시가 이 사업의 지원을 최종 결정한 건 9월 29일이다. 서울시민의 세금 수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불과 한달여만에 결정됐다는 얘기다.

더구나 민노총 서울본부의 총 78개 사업은 10월 중순 시작해 12월 중순 대부분 끝났다. 전직 민노총 간부 A씨는 “서울시민이 납부한 세금 수억원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면서 “민노총 서울본부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울시는 민노총 서울본부에 제공한 지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감사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감사권을 민노총 서울본부에 넘기는 우를 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노총 서울본부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을 하고, 체크카드를 통해 지출이 된다”면서 “영수증이 발부되고 사용 내역이 전부 찍히기 때문에 서울본부 자체감사에 맡기고, 별다른 감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지원금의 근거가 되는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서울시의 감사행위는 ‘재량’이다”면서 “노동단체의 행위에 지자체의 입김이 들어가는 막기 위한 규정이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치는 와중에도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 지원금으로 1인당 1만원짜리 식사를 했다.[사진=뉴시스]

심지어 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시 지원금을 별도 통장으로 관리하지도 않았다. 자체 감사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니다. 민노총 서울본부 대의원인 B씨는 “서울시 지원금 사업은 특별회계 대상이지만 특별회계는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서울본부 대의원들이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감사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문제 삼기도 했는데, 서울본부 집행부는 ‘서울시 지원금 사업에 관해서는 어떤 규정도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노동단체의 행위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고양이에게 세금을 맡겨버린 꼴이 됐다.

회계감사가 재량행위라니…

지난해 서울시 지원금을 받아 쓴 곳은 민주노총뿐만이 아니다. 한국노총은 22억원을 배정받아 썼다. 마찬가지로 감사가 허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의 노동단체지원사업. 목적도, 취지도 좋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사할 필요가 있다. 그 지원금은 서울시의 돈도, 노동단체의 돈도 아니다. 서울시민의 세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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