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노후에 필요한 건 재정자립만이 아니다. 독보獨步도 중요한 과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필자는 늘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급변하는 세태나 환경을 밀폐된 그곳에서 실감한다. 최근 누구라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변화는 바로 노년 인구의 급증이다. 지하철을 타는 노년층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지하철에서 ‘작은 사고’를 쳤다. 옆에 서있던 할머니를 본의 아니게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손잡이를 놓고 책을 보고 있었는데, 달리는 열차가 갑자기 정지한 탓이었다. 연신 사과하는 필자에게 할머니는 “괜찮다”고 하신다. 미안하고 창피하고 계면쩍어 몇번 그분의 상태를 살핀 후 자리를 떠났지만,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다.

이제 손잡이에 기대지 않은 채 두 다리로 버티던 시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50줄에 들어선 필자가 이 지경인데 과연 노인분들은 어떨까. 승강구도, 계단도 그들에겐 그저 버겁다. 더욱이 필자의 큰 형님, 큰 누나뻘 되는 그들은 앉을 자리도, 양보받을 자리도 없는 형편이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노인이 또다른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 대한민국이 여지없이 고령화 시대를 맞았음을 잘 보여준다.

현재 60살 전후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10년 이내에 확실한 노년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필자도 슬며시 그 줄의 뒤에 설 게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재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필자는 재정자립뿐만 아니라 홀로 서거나(독립獨立) 홀로 걷는(독보獨步) 자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운동생리학 분야의 최대 화두는 노인의 전도(넘어지는 것)를 막아 와상 생활을 방지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선 채로 버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를 물리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별다른 저항 없이 건물 바닥에 서있는 것과 흔들리는(상하좌우 저항을 받는) 이동 수단에서 선 채로 버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나이 들수록 균형 잡기 힘든 이유

먼저 전철 바닥에 발을 딛고 가만히 멈춰있는 상태를 생각해보자. 나와 내가 서있는 물체 간 아무 일도 없듯 보이지만 실제론 작용과 반작용의 힘이 작용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발은 전철 바닥을 미는 힘을 만들고, 바닥은 체중이 실린 발을 위로 밀어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할 때 그 물체는 받은 힘과 같은 크기의 힘을 만들어 내는 데 우리는 이를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라 한다.

이런 이론을 볼 때, 나이가 들수록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제대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지근육의 상실’에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밀어내는 힘을 근육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전철 바닥이 밀어내는 힘보다 우리가 버티는 힘이 강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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