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확대하는 가상화폐

▲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은행지점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사진=뉴시스]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한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터치 몇번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건 이제 예삿일이다. 여기에 가상화폐까지 등장했다. 가상화폐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이미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변화들이다. 누군가 가상화폐를 ‘애들 장난감’으로 취급한다면 그건 꼰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7월 27일 은터넷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다. 국내 인터넷은행으로는 케이뱅크 이후 두번째다. 바야흐로 인터넷은행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당연히 기존 시중은행 오프라인 지점엔 비상등이 켜졌다. 인터넷은행이 ‘지점 없는 은행의 시대’를 가속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전체의 약 80%에 이르는 지점의 문을 닫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2015년 말 기준 934개였던 국내 지점수를 828개로 11.3%(106개) 줄였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이 대중화하고, 지점이 아예 없는 인터넷은행이 출현하면서 글로벌 은행도 ‘지점 폐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 설립된 인터넷은행도 미국 12개, 일본 6개, 유럽연합 30개 등으로 상당히 많다.

인터넷이 시중은행의 생태계만 바꿔놓고 있는 게 아니다. ‘가상화폐’가 흐르는 통로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2009년 암호화프로그램 전문가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최근엔 국내 통화로 환전할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도 국내에 여럿 생겼다. 아직까진 정식화폐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1비트코인당 500달러에서 1200달러까지 거래폭이 들쭉날쭉하는 등 일종의 금융상품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11월 CJ E&M은 대기업 최초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빙고(VINGO)’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그 이후 배달앱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도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핀테크(금융+기술) 열풍 속에 지난해 비트코인 거래업체인 ‘코인플러그’에 투자했고, NH농협은행은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과 손잡았다. 정부 역시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외에 송금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법정화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가상화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한은의 시각과 달리 디지털 통화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리플ㆍ이더리움 등 디지털 통화 방식으로 송금이나 계약을 처리하는 비즈니스까지 생겨났다. 어쩌면 지금은 ‘법정화폐’를 운운할 때가 아니다. 화폐대체 가능성을 전제로 가상화폐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악화가 양화 구축하듯…

먼저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에 비해 투명성과 추적성이 뛰어나다. 이와 관련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 정보보안 기술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지금 유통되는 화폐도 위조가 속출하는 상황인데, 하물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화폐는 오죽하겠는가.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그레셤의 법칙ㆍGresham’s law). 인터넷전문은행 등 최근 변화 추세를 고려해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가상화폐가 현재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니 국회와 정부는 더이상 가상화폐의 실용성을 두고 탁상공론만 해선 안 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가상화폐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이미 모든 금융환경은 인터넷 기반으로 변하고 있다. 화폐 역시 그 변화를 쫓아갈 게 분명하다. 가상화폐는 더 이상 ‘짝퉁화폐’가 아니다.
한필순 편집위원 hanps77@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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