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본질 논쟁

비트코인은 통화일까 투자(또는 투기)의 수단일까. 알쏭달쏭하다. 비트코인의 내재적 문제 탓이다. 만약 비트코인이 화폐라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안정적이면 투자나 투기의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사실 ‘변동성’에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쉬의 분리를 계기로 비트코인의 본질이 무어냐는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논쟁을 취재했다.

▲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로 분리됐다.[사진=뉴시스]

연초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난 7월 크게 출렁였다. 글로벌 금융 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7월 12일 2374.4달러(약 271만3464원)였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16일 1924.9달러(약 219만9775원)로 곤두박질쳤다. 나흘 만에 18.93%가 하락한 셈인데, 이는 올해 1월 11일 778달러에서 6월 11일 2936달러로 크게 상승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탄 건 비트코인의 분열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는 비트코인의 처리 용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비트코인은 10분당 1MB의 용량으로 거래된다. 쉽게 풀어보면, 초당 7개의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거래규모를 처리용량이 쫓아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리용량을 늘려야 한다(업그레이드)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법론을 두곤 의견이 엇갈렸다. “기존 비트코인과 호환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새로운 블록체인(공공 거래장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눠졌다.

처음엔 호환성을 유지하자는 방안으로 의견이 쏠렸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반발에 막혔다. 이 방안이 적용되면 비트코인 채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어서였다. 자신들이 취하던 이득이 줄어들 공산도 컸다.

“비트코인의 처리용량 때문에 거래가 늦어지면 채굴업체들은 ‘수수료’ 장사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빠른 거래를 원하는 쪽에서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식이다. 비트코인은 가격이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에 처리용량과 거래속도는 관련 업체들에 중요한 이슈였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호환성 유지 방안에 반기를 든 이유다(익명을 원한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 A씨).”

그렇다고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자고 주장한 것도 아니다. 채굴업체들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처음엔 호환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차후에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절충안마저 받아들이지 않은 채굴업체들이 상당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채굴업체들은 ‘비트코인 캐시’라는 새로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의 분열은 채굴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다 발생한 것”이라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비트코인캐시는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하지만 이는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비트코인이 얼마든지 분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미꾸라지처럼 시장을 흐리고 있다는 거다.

두개로 분열된 비트코인

이처럼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의 ‘반란’은 “비트코인이 얼마든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켰고, 이런 분위기는 ‘비트코인은 불안정적이기 때문에 통화 기능을 갖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지난해 1월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인 마이크 헌이 제기한 비판을 들어보자.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통화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사람이 시스템을 장악하는 쪽으로 전락해 중국계 채굴조합 2곳이 50%가 넘는 용량을 통제하고 있다.” 채굴업체의 탐욕 탓에 비트코인이 통화가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됐다는 일침이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비트코인 개발자도 비트코인이 새로운 투자상품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비트코인은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 역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변동성이 낮아지고 이용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거다. 비트코인 업계의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법적인 테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동성 논란이 갈수록 가중되는 것”이라면서 “가상화폐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면 변동성이 떨어져 지금의 인기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기훈 교수는 “비트코인이 통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면서 “지금은 그런 니즈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무엇이든 통화로 인정 받으려면 ‘안정적인 가치 저장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안정성을 갖춘다면 변동성이 약해져 투자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지난 3월 미국 증권금융당국(SEC)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상품 승인을 거절했다. 거래흐름을 추격ㆍ통제하는 등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업체들이 ‘분열’을 거듭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안정성을 위해 공식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인기가 약해질 게 뻔하다. 시장에서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비트코인이 첫번째 기로를 만났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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