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프로메테우스 ❺

 

리들리 스캇 감독이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보여주는 거인 종족 엔지니어와 인간, 에일리언의 관계는 흥미롭다. 에일리언의 기원起源은 다소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아마도 에일리언은 엔지니어들이 궁극의 무기로 개발한 엔지니어의 피조물인 듯하다. 또한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인간을 멸종시킬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그려진다.

미지의 행성에서 엔지니어의 우주선을 탐사하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는 엔지니어의 운전석에서 홀로그램으로 은하계를 총망라하는 우주 전도全圖를 펼쳐본다. 지구가 가장 선명하게 뜨는 것으로 보아 우주선의 최종목적지는 지구다.

또한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 가득 에일리언 배양액으로 가득찬 폭탄을 탑재하고 있는 정황으로 보아 지구에 에일리언 폭탄을 무차별 투하해 인간을 멸종시키려 했던 모양이다. 최첨단 생화학무기인 셈이다. 

무엇이 인간의 창조자인 엔지니어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무작위 추출해서 한두 장면만 모니터링해도 엔지니어들을 충분히 분노하게 할 것 같기는 하다. 

인간이 창조주를 열받게 했던 역사는 꽤나 유구하다.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으로 일컬어지는 고대 수메르(Sumer) 신들도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썩 좋아하지 않았던 듯하다. 인간의 수가 너무 많아져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인간들이 머리가 굵어져 부모에게 대들 듯 신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면서 신의 기술까지 넘보자 세상의 바람과 비를 다스리는 신 엔릴(Enlil)은 결단을 내린다.

비를 꽁꽁 가둬 대기근으로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1차 시도가 실패하자 마침내 대홍수를 일으켜 쓸어버린다. 창세기 노아의 방주는 아마도 엔릴의 대홍수 신화에서 기원한 듯하다. 

▲ 엔지니어들은 지구에 에일리언 폭탄을 투하해 인간을 멸종시키려 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것이 엔릴 신이든 여호아의 신이든, 신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엔지니어도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의 작태에 대단히 실망하고 분노한 듯하다. 작가가 혼신의 정성으로 완성한 작품이 마음에 안 들면 실망과 분노에 차 작품에 불을 질러버리고 부숴버리듯 엔지니어도 인간을 지워버리려 한다. 

수메르의 엔릴 신의 인간 삭제 작업은 성공했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나마도 실패를 거듭한다. 지구에 퍼부으려던 에일리언이 거꾸로 엔지니어들을 덮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해 우주선이 발진조차 못한다. 전폭기에 싣고 가던 핵폭탄에서 방사능이 유출돼 조종사가 방사능 오염으로 사망한 꼴이다. 

2차 실패는 엘리자베스 쇼 박사를 위시한 프로메테우스호의 인간들이 자신의 창조주인 엔지니어와 육탄전을 벌여 엔지니어의 우주선이 폭발한다. 조물주와 피조물 사이의 기념비적인 일전이 벌어진다. 고대 수메르 시대 인간들은 엔릴 신의 물폭탄에 꼼짝없이 당했지만 프로메테우스호의 인간들은 물폭탄 대신 에일리언 생화학폭탄을 퍼부으려 발진하는 엔지니어를 때려잡아 버린다. 인간들은 더이상 호락호락하지 않다. 

조물주와 피조물이 벌이는 이 기묘한 전투에 엔지니어에게 목이 뽑힌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David)까지 합세해서 엔지니어에 대항한다. 데이비드가 누구인가. 성경 속에서 신장이 3m에 이르는 골리앗을 돌팔매로 때려잡은 전사가 바로 다윗(David)이다. 다윗이 3m짜리 골리앗을 때려눕히듯 영화 속 데이비드는 3m짜리 거인족 엔지니어를 잡는다.

▲ 인간은 자신들이 창조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사진=뉴시스]

뛰어난 조물주인 엔지니어는 결국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과 에일리언, 어느 하나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인간과 에일리언에게 멸종당한다. 부모도 제 자식 제 마음대로 안 되듯, 신도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자신의 뜻대로 살게 하지 못한다. 니체도 ‘신은 죽었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오늘도 인간들이 신을 죽이느라 여념이 없는데 그까짓 엔지니어 죽이기쯤은 대수롭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런 착각 속에 온갖 것들을 창조하며 어설픈 ‘창조주 놀이’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참혹하다. 창조주의 통제를 벗어난 피조물은 항상 괴물이 돼 창조주를 덮친다. 핵무기를 창조하지만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 

결국 그것을 지워버리려 하지만 지워지기를 거부하고 인간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인간은 국가와 권력을 창조한다. 그러나 국가와 권력의 통제에 실패하면, 국가와 권력은 여지없이 괴물이 돼 창조주인 인간을 덮친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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