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메모리얼 위크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갤럭시노트8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스마트폰 시대 이후의 삼성전자 신사업 비전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이재용이 있든, 없든 삼성이 갈 길이다.[사진=뉴시스]

삼성에 2017년 8월 넷째주는 영욕이 교차한 잊지 못할 한 주(메모리얼 위크ㆍmemorial week)로 기록될 것이다.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선보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이 호평을 받았다. 불과 이틀 뒤 25일 한국 서울에선 오너 3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특검이 구형한 12년보다 형량이 낮고 상급심도 남아 있지만,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제공한 정황은 명확해졌다.

삼성으로선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바꾸는 일대 전기轉機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기업인과 기업을 압박해 정치자금을 내놓게 하는 등의 적폐를 청산해야 마땅하다. 이참에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금전을 매개로 서로 이익을 탐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경영방식 바꾸는 전기로 삼아야

‘이재용 없는 삼성’이 걸어가야 할 길은 배터리 발화 사고로 단종斷種 사태까지 빚었던 노트7의 실패를 딛고 부활한 노트8 개발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트8은 화면 속 문장에 펜을 갖다 대면 세계 71개 언어로 번역된다. 6.3인치 대화면에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춘 듀얼 카메라가 장착됐다.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이행하는 인공지능(AI) 음성비서도 붙어 있다.

외신들은 “재(ashes)에서 멋진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 그 자체” “위험 부담이 큼에도 갤노트 시리즈를 이어갔다”는 등 후한 점수를 줬다. 이같은 평가는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의 발언과 오버랩된다. “지난해 있었던 일(노트7 단종 사태)은 아무도 잊지 않았고, 결코 잊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과거 모델의 결함을 언급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만큼 1년 전 쓰라린 실패를 곱씹으며 절치부심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노트7 사태 이후 크게 걱정한 부분 중 하나가 개발자들이 위축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럴수록 전사적으로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반성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끝에 오늘의 노트8을 만들어낸 것이다.

노트8이 이룬 혁신의 이면에는 중소 협력업체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연성회로기판(FPCB)을 비롯해 카메라모듈, 광학부품, 케이스, 무선충전, 안테나 등 노트8을 구성하는 부품의 40% 정도를 국내 중견ㆍ중소 협력사들이 공급했다. 노트8의 미국 공개 소식이 전해진 그날 국내 증시에서 관련 협력업체의 주가가 오른 이유다.

특히 노트8의 듀얼 카메라 장착에 따라 앞으로 다른 모바일 제품들도 카메라를 전ㆍ후방에 각각 두개씩 적용하는 것이 기본이 되리란 예상에 듀얼 카메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어느 분야든 1위 자리에 오르는 것 이상으로 지키기도 어렵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던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몰락이 이를 입증한다. 1위 브랜드의 위상을 이어갈 신제품 출시에 매진한 삼성전자 구성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진화한 갤노트 시리즈 탄생에 기여한 협력업체에도 그 이상의 박수를 더한다. 삼성은 노트8의 성공이 곧 협력업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노트8의 야심찬 부활 찬가

노트8이 선보인 미국 뉴욕 맨해튼 복합전시ㆍ공연장 파크 애비뉴 아모리는 경쟁업체 애플이 최초로 개점한 애플스토어와 걸어서 10분 거리다. 애플이 9월 공개할 아이폰8과의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大戰을 의식한 도발적 행보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자부심이자 자신감”이라며 “노트8이 삼성전자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생각과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시대 이후의 삼성전자 신사업 비전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기술의 변곡점에서 신사업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계속 이런 자세로 임하면 된다. 이것이 이재용이 있든, 없든 삼성이 갈 길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