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독자생존 보장한 ‘2010년 합의안’ 어디로 갔나
한국GM 독자생존 보장한 ‘2010년 합의안’ 어디로 갔나
  • 고준영 기자
  • 호수 253
  • 승인 2017.08.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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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GM과 체결한 합의안 모른 척하는 산업은행

▲ 2010년 미국GM 본사와 체결했다던 합의안은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다.[사진=뉴시스]

2010년 산업은행은 “GM이 철수해도 GM대우는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GM 본사와 이를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수석 부행장까지 나와서 브리핑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뒤 철수설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자 이번엔 “GM이 철수를 결정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2010년 GM과 맺은 합의안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GM대우(현 한국GM)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 12월 8일 산업은행은 미국 GM(General Motors) 본사와의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GM대우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안’을 발표했다.

GM이 철수하면 GM대우는 독립된 자동차 회사로서 생존이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자자하던 상황. 1년여의 긴 협상 끝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았다는 게 당시 산업은행의 평가였다. 무엇보다 기술 소유권이 보장된 게 가장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합의안에 따르면 GM대우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동차 연구ㆍ개발(R&D) 기술을 언제든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GM대우가 개발한 차종인 라세티, 트랙스 등의 생산기술을 GM의 허락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김영기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생산과 수출, 라이선스 등 소유권에 준하는 법적 보장장치가 마련된 셈”이라고 브리핑했다. GM이 철수해도 GM대우는 독자적으로 신차개발, 생산, 수출, 투자 등이 가능해 독립된 회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합의안의 골자였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소수주주권 회복과 감사 기능 강화를 통한 경영견제 장치도 마련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흐른 지금 GM 철수설은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다시 떠올랐다. 발단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의 사임 소식이었다. 2016년 1월 부임한 김 사장의 임기가 아직 한창 남아있는 상황에서의 사임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김 사장을 대신할 신임사장이 공개되면서 더 커졌다.

최근 GM인도를 정리하는 등 전력이 좋지 않은 카허 카젬 신임사장이 내정됐기 때문이다. GM이 유럽, 인도 등 해외 지사를 잇따라 철수한데 이어 악화일로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GM도 철수 단계를 밟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이 오는 10월 16일 소멸된다는 점도 GM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GM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막을 방도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틈타 GM이 지분 매각ㆍ공장 폐쇄를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한국GM 관계자는 “GM 철수설은 사실무근이며 제임스 김 사장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자연스레 한국GM 사장 자리에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GM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중요한 글로벌 거점이기 때문에 쉽게 철수를 결정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GM 철수하면 실직자 30만명

그럼에도 GM 철수설에 관한 불안감은 여전히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우리나라 경제엔 상당한 치명타가 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GM에 연계된 노동자는 총 30여만명(협력업체 포함)에 달한다. GM 철수설이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귓등으로 흘려버릴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2010년 산업은행이 ‘GM대우의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했다’고 장담했던 GM과의 합의안은 어디로 갔느냐는 거다. 산업은행 측은 말을 바꿨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에게 올리는 보고문에서 “GM의 철수를 막을 길이 없다”면서 6년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GM 본사에 제공하는 로열티를 낮춰주겠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0년 산업은행이 GM과 체결했다는 GM대우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안은 어떻게 된 걸까. 합의안의 원문은 확인할 수 없다. 산업은행의 관계자는 “5년 이상 지난 문서ㆍ파일은 폐기하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지 않다”고 발뺌했다.

실체 없는 GM대우 장기발전 합의서

한국GM과 한국GM 노동조합 측도 합의안의 실체를 확인해본 적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그 합의안은 산업은행과 GM본사가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 관계자 역시 “미국GM 본사와의 합의안이기 때문에 한국GM 노조인 우리에겐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합의안을 보고 싶어 수소문 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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