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만 고집하는 30대 여성의 재무설계

그 다리가 무엇이든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게 좋다. 어떤 투자든 ‘안정성’이 제1원칙이어야 한다. 문제는 ‘집중도’다. 안정성에 집착하면 되레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수십년간 저축만 하면 화폐가치 하락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저축 못지않게 투자도 중요한 이유다.
▲ 전문가들은 전체 지출 중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 토리 히긴스는 20년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65%는 안정지향적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이나 유럽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과다. 워낙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위험을 감수하면서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한국인의 이런 성향은 재테크를 할 때도 잘 드러난다. 한국인의 80%가 안전한 금융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힘들게 번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재테크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안정지향적인 ‘저축’에는 한가지 맹점이 있다. 장기간 저축만 하다 보면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투자는 힘들게 번 돈을 화폐가치의 하락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6년차 회계직 직장인 백미연(32ㆍ여)씨도 투자에 소극적인 저축형 성향이다. 백씨가 저축에 올인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회계 관련 업무를 하다보니 퇴근 후엔 숫자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는 “숫자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숫자 노이로제’가 컸다”면서 “투자를 멀리하고, 저축에만 신경을 써왔다”고 말했다. 화폐가치 하락 리스크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저축을 하는 건 좋은 습관이다. 문제는 백씨의 소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뚜렷한 재무목표가 없다는 점도 단점이었다.

Q1 지출구조
 
먼저 백씨의 지출 구조를 살펴봤다. 월소득은 210만원이다. 이중 식비 포함 생활비(50만원), 교통비(5만원), 외식ㆍ여가비(25만원), 통신비(10만원) 등으로 90만원을 사용했다. 또 옷과 화장품을 구입하는 데 매달 80만원가량을 쓰고 있었다. 이렇게 소비성 지출이 총 17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저축보험(공시이율 2.5%ㆍ10만원), 변액연금(10만원), 변액종신보험(10만원), 통합보험(10만원) 등이 총 40만원이었다. 투자를 꺼리는 백씨가 저축목적으로 여러 보험상품에 가입한 결과다.  

문제는 저축의 비중이 전체의 10%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혼의 경우, 개인 소득의 최소 30% 이상 저축하는 게 이상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비중이다. 어렵게 번 돈을 잃을까봐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백씨. 그렇게 모아둔 돈이 쇼핑하는데 줄줄 새고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Q2 문제점
 
백씨의 첫번째 문제점은 80만원에 달하는 과도한 쇼핑비다. 둘째, 유일한 저축인 저축성보험이 손실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씨가 월 10만원씩 납입하는 저축성보험의 현재 공시이율은 2.5%다. 가입 당시 공시이율 2.8%를 10년간 꾸준히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만기환급금은 1383만원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 1.8%를 적용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1173만원이다. 이는 저축원금 1200만원에 못미친다. 결국 10년간 저축을 해도 백씨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입된 변액연금보험은 원금보장형(재원보증형)상품으로, 채권형펀드에 50%씩 의무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백씨는 주식형펀드에서 수익률 20%(1년 기준)을 기록하고도, 채권형펀드가 1% 손해를 내면서, 전체 수익률이 9%로 떨어졌다. 원금보장도 큰 의미가 없다. 연금을 개시하는 30년 후엔 화폐가치가 더 떨어질 게 분명해서다.

Q3 개선점
 
쇼핑비(80만원)를 20만원으로 줄였다. 사망보험ㆍ상속에 대한 니즈가 없으므로 변액종신보험(10만원)을 해지했다. 환급금은 CMA통장에 넣었다. 만기시 저축원금보다 손실인 공시이율저축보험(10만원)도 해지, 총 80만원을 절약했다. 저축 목적의 공시이율저축보험 대신 적금(40만원)에 가입했다.

절약한 쇼핑비 중 20만원은 CMA 통장에 모을 계획이다. 원금보장 기능이 있어 채권형펀드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변액연금보험은 해지하고, 투자 목적으로 재원미보증형연금(채권형펀드 가입 의무 없음ㆍ30만원)에 가입했다. 저축이 안전하다고 투자를 등한시하다 보면, 화폐가치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저축과 투자의 적절한 비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안정원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ahn2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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