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소액주주 공정위 찾은 이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한두개가 아니다. 면밀히 조사해 달라.” 8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기업감시국 제조업감시과)를 찾아간 금호타이어 일부 소액주주의 항변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쥐고 흔들면서 매각 절차를 비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8가지 의혹의 실체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심층취재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사진=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 전체에 패악을 끼치고 있다. 박 회장이 계속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쥐고 흔드는 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도 한두개가 아니다. 면밀히 조사해 달라.”

8월 31일 금호타이어 소액주주들 일부가 공정거래위원회(기업감시국 제조업감시과)를 찾아 당부한 내용이다. 왜 그들은 공정위에 박 회장의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한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는 거다. 올해 1월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의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박 회장은 상표권 사용료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줄다리기를 해왔다.

9월 1일 박 회장은 채권단의 의견(더 지불하게 될 상표권 차액을 채권단이 지원)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역시 상표 사용 지역을 제한하는 등의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단서 조항을 더블스타가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언론플레이”라면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의 1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게 나오자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익률을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소액주주들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금호타이어의 원재료 가격이 경쟁사들, 심지어 시장점유율ㆍ매출ㆍ생산규모가 더 낮은 넥센타이어보다도 높게 책정됐다. 경쟁사들의 영업이익은 플러스였는데, 유독 금호타이어만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유다.

그 이후의 상황 역시 의혹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금호타이어의 이익률이 떨어지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매인수가격을 당초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갖고 있던 우선매수권이 부활했고, 채권단도 계열사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는 선에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 소액주주의 비판을 들어보자.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해 9월 1만1500원(고점)이던 금호타이어 주가가 8월 31일 기준 6720원으로 반토막났다. 연초에만 해도 8520원에 거래됐었다. 박삼구 회장이 일을 꼬이게 만든 결과다.”

금호타이어 소액주주 “원흉은 박삼구”

금호타이어 소액주주들은 두가지를 요구한다. 더블스타로의 온전한 매각과 이를 통한 주가 상승이다. 박 회장을 옹호하는 쪽에선 “소액주주도 탐욕스럽다”고 꼬집는다.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를 넘기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소액주주들이 단기이익에 눈이 멀어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에 소액주주들은 발끈한다. “더블스타가 최선이라는 게 아니다. 차선일 뿐이다. 중요한 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아 괜찮은 인수자가 나올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굳이 더블스타가 아니라도 괜찮으니 제3의 매수자라도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박 회장이 그걸 막고 있다는 얘기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그룹 재건’만을 지상과제로 삼은 박 회장의 집착 때문에 일어난 온갖 비정상적인 일들만 봐도 배제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의 본격적인 ‘그룹 재건’은 2010년 시작됐다.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여파로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시달렸다. 결국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박 회장은 2009년 7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몇달 지나지 않은 2010년 초부터 계열사 되찾기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숱한 의혹들을 남겼다.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8가지다. 대부분의 의혹들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유야무야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소액주주들이 주장하는 ‘박삼구 의혹’ 8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금호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2009년 발행한 4265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에 관한 의혹이다. 신용등급은 위험요소가 큰 C등급 CP였는데, 이 CP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11개 주요 계열사들이 전부 매입했다는 거다. 이후 계열사 부당지원의 의혹이 제기됐다(더스쿠프 통권 65호 ‘금호, 워크아웃 직전 CP 4265억 돌렸다’ 기사 참조). 하지만 이 사안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둘째, 박 회장이 경영복귀(2010년 11월)를 앞두고, 같은해 2월 이미 채권단(산업은행)과 이면합의서를 작성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다(더스쿠프 통권 17호 ‘박삼구-산업은행 밀실합의’ 기사 참조). 당시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공식적인 우선매수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박 회장에게 부여된 ‘우선매수권’은 기정사실이 됐다. 언론의 입장도 ‘우선매수권 없음’에서 ‘우선매수권 있음’으로 은근슬쩍 바뀌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합의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우선매수권 “없다” → “있다”

셋째,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돌입한 이후,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당시 금호타이어 상무(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그해 11월 W건설을 설립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다(더스쿠프 통권 36호 ‘워크아웃 직후 박세창 W건설 2대 주주 등극’ 기사 참조).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후계자에게 일감몰아주기를 한 거냐는 거다.

넷째, 2013년 금호산업의 유동성 지원을 명목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지분 50%를 매입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팔아야 인허가가 용이하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을 끌어들였는데, 당시 아시아나항공도 여력이 많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배임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더스쿠프 통권 36호 ‘워크아웃 직후 박세창 W건설 2대 주주 등극’ 기사 참조). 산업은행 관계자는“베트남 당국에서 ‘우리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보고 투자했기 때문에 제3자에 넘길 수 없다’고 해서 같은 계열사로 넘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섯째, 2015년 12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 부당지원 의혹을 받은 거다. 이 문제는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다시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해 공정위가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째,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기업(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세운 SPC)에 금호터미널을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이다(더스쿠프 통권 191호 “박삼구 회장 이익 위해 아시아나에 손해 끼쳤다”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알짜배기 자회사 금호고속 지분을 갖고 있던 금호터미널의 당시 가치를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매각가는 2700억원에 불과했다.

유야무야된 박삼구 의혹들


일곱째, 2016년 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에 관한 의혹이다. 새로운 기내식 공급업체로 지정된 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과 공동출자한 자회사였고,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하이난항공그룹으로부터 160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한다. 이 사건은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가 사업자가 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단기차입금까지 끌어다쓰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내식 공급업체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더스쿠프 통권 231호 ‘아시아나항공, 돈 없는 계열사 동원해 500억원 베팅했나’ 기사 참조).

여덟째, 앞서 언급한 올해 1분기 금호타이어의 실적악화에 관한 의혹이다.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은 금호종금 사장에게 부실대출을 종용한 의혹을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시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것을 조사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조사할지, 어떤 것을 배제할지에 관해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으니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소 원론적이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를 해치는 행위에 관해선 엄벌을 외친 만큼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회장의 의혹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채권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룹 재건 과정에서의 불법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을 받는다면 그룹 경영권이든 우선매수권이든 둘 다 유지하기 힘들다. 다만 처벌 수위가 그것보다 낮다면 경영권은 박탈되겠지만 우선매수권은 채권단과 박 회장 간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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