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넣어둔 상자 있었다면…
비서 넣어둔 상자 있었다면…
  • 김우일 대우M&A 대표
  • 호수 253
  • 승인 2017.09.0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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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냈다. 개념 정립이 끝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체성에 흠집을 내는 글들로 가득하다. 왜 그가 「회고록」을 통해 국민의 아픈 심장을 건드리려 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에게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려주는 공식문서가 거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비서祕書를 넣어두는 상자, ‘금등지사金縢之詞’가 그립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괜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ㆍ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의견(전 전 대통령의 시각에선 광주사태)을 자신의 이름을 건 「회고록」이라는 책을 통해 밝혔다. 무슨 뜻에서인지 전 전 대통령의 생각을 읽지 못하겠다. 5ㆍ18 민주화운동은 그동안 곡해와 왜곡에 시달려왔다.

국가 차원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음에도 가짜소문을 생산ㆍ유포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회고록」을 냈으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ㆍ18 민주화운동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폭동이 분명하다” “북한군이 개입했다” “헬기사격 및 계엄군 발포지시는 없었다”는 등등. 명백한 왜곡이자 어불성설이다. 그의 말대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 상황은 전쟁 상태다. 자위권을 발동해 헬기 사격 등 발포를 서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전 전 대통령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지만 발포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대체 누가 믿는단 말인가. 당시 상황을 반추해보자. 1980년 우리 국민들의 인내심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전 대통령을 위시한 신新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으니, 국민의 항거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5ㆍ18 민주화운동은 이런 상황에서 터졌다. 당연히 신군부 측엔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다. 이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신군부가 자중지란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이런 위기의식이 발포 등 무리수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회고록」을 보면서 중국 고사 ‘금등지사金縢之詞’가 떠오른다. 금등지사란 쇠줄로 단단히 봉封해 비서祕書를 넣어두는 상자라는 뜻이다. 억울하거나 비밀스러운 일을 글로 남겨 후세에 그 진실을 전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 김우일 대우 M&A 대표. [사진=뉴시스]
유래를 살펴보자. 주나라의 무왕이 즉위한 지 3년 만에 병에 걸렸다. 이를 알아챈 동생(주공)인 “형을 대신해 자신이 죽겠다”는 글을 써 금궤에 넣어뒀다. 형인 무왕이 죽고 그 아들인 나이 어린 성왕이 즉위하자 주공이 섭정을 시작했다. 그러자 주공의 동생들이 헐뜯으면서 그가 무왕을 독살했다고 모함했다.

회고록 아닌 금등지사 필요

주공은 왕위를 찬탈할 수 있었음에도 나라의 혼란을 막기 위해 스스로 귀양길을 택했고, 금궤 안에 넣어둔 글로 인해 무고함을 풀었다. 공자는 이런 주공을 굉장히 존경했다. 어린 조카를 도와 나라를 지켰음에도 왕위를 탐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예禮를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아니다. 1980년 그날의 아픔을 상세하게 들춰낼 수 있는 ‘금등지사’가 필요할 때다. 그래야 무고한 국민을 총으로 죽이는 천인공노할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지 않겠는가.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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