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제약 인수한 토니모리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가 태극제약의 지분을 인수했다.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치료제인 ‘도미나 크림’으로 이름난 회사다. 토니모리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 토니모리가 태극제약의 지분 43%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사진=뉴시스]
2000년대 초반 화장품 로드숍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토니모리’가 위기의 늪에 빠져있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5% 줄었다. 영업이익(3억원)은 같은 기간 88%나 줄었다. 올해 초 시작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조치의 영향이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리스크가 길어지고 있다”면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줄어든 데다 국내에서는 모바일ㆍ온라인 쇼핑이 강세라서 로드숍 브랜드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토니모리는 8월 1일 태극제약의 지분 43%(583만주)를 인수했다. 기미ㆍ주근깨 치료제 ‘도미나크림’과 흉터 치료제 ‘벤트락스겔’로 이름난 태극제약의 기술력을 발판으로 더마화장품(dermatology cosmeticㆍ피부과학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 약국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겠다는 큰 그림도 그렸다. 

업계는 주목했다. 최근 생활화학물질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더마화장품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의 경우, 더마화장품 카테고리의 매출 신장률이 매년 30%(전년 동기 대비)에 이른다. GS왓슨스에서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 카테고리의 매출이 12%(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 양사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8월 1일 1만8750원이던 주가는 8월 30일 1만6300원으로 뚝 떨어졌다. 시장이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데, 이유는 숱하다. 무엇보다 태극제약의 최근 실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매출액 600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이 8억원에 달했다.

더마화장품 시장이 성장세인 건 맞지만 경쟁자도 많다. 2000년대 초반 시장에 안착한 유리아쥬, 바이오더마, 아벤느, 비쉬 등 해외 브랜드부터 닥터자르트, 차앤박, 닥터지 등 국내 브랜드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정다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시장 전망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태극제약의 부진한 실적도 당분간 토니모리에 부담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토니모리의 M&A는 패착으로 끝날까. 시장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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