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청년주택의 덫❷] “사업주에겐 찾아가 설명하면서 …”
[2030청년주택의 덫❷] “사업주에겐 찾아가 설명하면서 …”
  • 김다린 기자
  • 호수 254
  • 승인 2017.09.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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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등 돌린 이유

서울시가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인 ‘2030청년주택’을 두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땅값이 떨어지는 걸 우려하는 ‘지역 이기주의’에 기댄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시는 지역사회 의견 수렴에는 소극적이다. 한 지역민의 한탄을 들어보자. “서울시는 이 사업을 추진할만한 사업주에겐 ‘찾아가는 설명회’까지 해준다. 그런데 지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대체 뭔가?”

▲ 이랜드가 청년주택 사업을 준비 중인 광흥창역 인근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김다린 기자]

“거칠게 반대하면 ‘지역 이기주의’처럼 비칠까 겁이 난다. 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도시개발에는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나. 그 가이드라인이 용도지역을 구분하는 거다. 용적률이 낮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느닷없이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데 지역 주민들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의문이다. 특정 지역만 종 상향을 해주면 해당 권역에 대한 전체적인 도시계획 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자포자기한 목소리였다. 8월 28일 오후 서울 6호선 광흥창역 일대는 조용했다. 1번 출구를 빠져나와 3분 남짓 걷자 왼편에 창천1구역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좁은 골목에 포클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드나들고 있었다. 아파트가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조합 관계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사업에 사람이 몰리지 않았던 걸까. 아니다. 이 재개발 아파트의 일반 분양 물량은 모두 팔렸다.

이 관계자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지난해 이랜드가 이랜드리테일 사옥을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으로 바꾸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랜드리테일 사옥과 재개발 사업지는 붙어있다. 이랜드의 개발 계획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지인 아파트와 청년주택의 거리는 20m에 불과하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청년주택 정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 “하지만 들어서는 건물이 너무 높아 일조권 침해는 피할 수 없게 된데다 주거지역에 밀집돼 있어 교통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2030청년주택 사업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 사업자다. 서울시가 민간 토지 소유주에게 용적률 상향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토지 소유주는 자신이 보유한 부지에 새 건물을 지어 청년들에게 공급한다.

이 부지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랜드리테일 사옥은 지하 1층~지상 9층짜리 건물이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용적률이 250%에 불과하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000㎡(약 1500평) 이상 부지는 촉진지구를 적용해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다. 도시계획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 부지를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올리면 용적률을 4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동과 동 사이 거리 20m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해당 부지 앞에 ‘이랜드 청년임대주택 목숨 걸고 결사반대’라는 서슬 퍼런 플래카드까지 걸었다. 조합 관계자는 ‘청년주택 사업 반대 서명’ 서류도 꺼냈다. 인근 주민 5000여명의 서명을 직접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조합 관계자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러 차례 서울시 청년주택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추진 의지가 컸다”면서 “다만 일조권이라도 확보할 수 있게 건물 층고를 낮출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삼각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지역은 청년주택 사업의 ‘첫번째 사업지’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1월 부지 내 단독ㆍ다세대ㆍ연립주택 등 단층 건물들을 철거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은 평평하게 다져놓은 부지만 덩그러니 있는 상황. 2020년에는 지하 7층에 지상 35층과 37층 건물 2개 동이 들어선다.

인근 식당 사장은 “유동인구가 늘면 상권이 살아나지 않을까”라면서 운을 뗐다. 삼각지역에서 도보로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인데도 10여년간 폐허로 방치됐던 점이 아쉬웠던 거다. 하지만 사업을 두고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점쳤다. 그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하다”며 “주거난 해소에는 공감하지만 자신들 집값 떨어진다는데 반길 주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지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사업지 인근지역의 토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용도지역 변경으로 역세권 고층 신축건물이 들어오게 되면 토지 가치가 2~3배 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덕분에 1호 사업지인 이곳은 엉뚱한 이슈로 주목을 받았다. 바로 ‘고가 월세’ 논란이다. 시가 신혼부부가 살 수 있는 44㎡(약 13평)에 보증금 8200만원에 월임대료 79만원, 49㎡(약 14평)에는 보증금 8500만원에 월임대료 84만원으로 책정하면서다. 시는 이 가격이 주변 시세의 90% 미만이라고 설명했지만 신혼부부가 감내하기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주변 시세가 높으면 어쩔 수 없이 절댓값이 높아지는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두번째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공사가 시작된 충정로역과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인 우장산역에도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감지됐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왜 하필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냐”를 물었다. 그러면서도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비치는 걸 우려했다.

흥미로운 건 서울시의 태도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교통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업지가 대중교통 중심지인 역세권이기 때문에 개인 차량 이용이 필요 없고 입주자의 차량 보유 제한, 해당 지역 도로 확충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오히려 청년주택 부지에 함께 들어서는 주민 편의시설과 경제 활동이 활발한 청년층의 유입이 해당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년주거 복지가 먼저”

주민들의 시선은 다르다. 사업 과정에서 주민 의견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에 볼멘소리를 냈다. 청년주택 사업지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인접한 단지의 주민은 “사업주에게는 신속한 추진을 위해 ‘찾아가는 사업설명회’까지 해준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왜 듣지 않냐”며 “시의 설명대로 지역 사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교통영향 평가와 주민 공청회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현재 총 45개소에서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목표 공급물량은 1만5000호. 지역마다 같은 논란을 겪을 공산이 크다. 갈등이 벌어진 채 사업이 진행되면 지역사회도 분열될 게 뻔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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