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정유산업 투자 포인트

정유산업은 주목할 만한 업종이다. 발전ㆍ수송ㆍ난방 등에 사용되는 주요 에너지원이 석유기 때문이다. 여기에 석유화학 물질이 사용되는 분야가 넓다는 점도 이점이다. 문제는 정유산업의 투자지표인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ㆍ국제정세ㆍ수요와 공급 등 변수가 수두룩해서다. 그렇다면 정유산업에는 언제 투자해야 할까. 주요 지표가 상승할 때보다는 바닥을 헤맬 때가 투자의 적기다.

▲ 정유산업은 국제 유가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사진=뉴시스]

석유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83년과 1893년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을 발명하면서부터다. 내연기관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보급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석유의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특히 항공기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정유산업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석유는 모든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석유는 난방ㆍ발전ㆍ운송 에너지원은 물론 플라스틱ㆍ고무ㆍ섬유ㆍ비닐ㆍ아스팔트 등 인류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됐다. 정유산업을 기간산업의 혈액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유 산업은 크게 정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정유산업은 다시 업스트림(원유 생산부문)과 다운스트림(원유수송ㆍ정제ㆍ판매)으로 구분된다. 업스트림은 유전을 탐사하고 이것을 개발하는 일이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데다 투자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높아 소수의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유가 발견될 경우 모든 소유권을 산유국이 가져가기 때문에 비산유국 기업은 사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유기업 아람코(Aramco),영국의 BP, 미국의 엑슨모빌(ExxonMobil) 등이 있다.

다운스트림은 쉽게 말해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기업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정유업체와 석유화학업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체가 석유화학 분야로 많이 진출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원유의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와 경우 중간단계에서 나오는 나프타에 있다.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물질이 비닐ㆍ필름ㆍ자동차 범퍼ㆍ폭약ㆍ페트병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이용된다. 나프타가 휘발유, 등유와 함께 주요한 수익원이 되면서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하는 정유업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정유산업은 장기적 성정 측면에서 보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과거와 달리 정유 산업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기름 소비가 가장 큰 자동차 산업의 효율화와 연비경쟁이 진행되면서 소비량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정유산업에겐 큰 시련이 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정유사에 있다. 국내 소비 대비 2배가량 많은 정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다행히 현재는 과잉 생산된 제품을 수출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유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산유국이 원유수출에서 제품수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 밝지 않은 정유산업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흉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후 다시 수출하고 있다. 원유에서 최종 수출까지 2번의 운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유국이 정유시설을 갖추게 되면 운송 한번으로 제품 수출이 가능하다.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 되는 셈이다. 산유국의 정유시설 투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유산업에 투자할 땐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할까. 정유산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이다. 그리고 원유가격 하락보다는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 데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원유 상승기라면 수입 시기보다 국내에 도착한 시기의 가격이 높아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업체가 엄청난 원유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실보단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제마진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정제마진만 잘 분석해도 정유사의 수익성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정제마진은 낮게는 5달러(약 5630원) 수준에서 높게는 10달러(약 1만1260원) 사이에서 움직인다. 정제마진이 높아지면 정유사는 공장 가동률을 높여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원유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 국내 정유업체의 과잉 설비시설이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대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효율성이 낮은 시설부터 가동률을 낮추게 되고 원유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이 박스권 하단에 있을 때 정유산업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효하다. 정제마진이 저점일 경우 관련 기업의 주가도 낮을 가능성이 높아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 또한 정유기업이 적자를 내면서까지 정제에 나서지 않는 한 정제마진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정유산업 투자 지표 1순위는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가의 방향성을 예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환율, 생산량, 재고량, 산유국의 정치ㆍ경제적 상황 등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유국별 원유 생산원가(배럴당)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 산유국인 중동의 배럴당 원유 생산원가는 8.5달러에서 12.6달러 수준이다. 미국은 36달러 선이다. 영국은 52.5달러로 높은 편에 속했고 셰일가스도 60달러를 웃돌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생산원가의 차이가 유가 하락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 흐름 살펴야

국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생산원가가 높은 지역부터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산유국이 급격한 유가 하락세를 두고 보지만은 않는다는 얘기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의한 유가상승이 발생하기도 어렵지만 반대로 급격한 유가 하락이 진행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이 국제 유가의 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국제 유가가 고점을 찍었을 때보다는 바닥을 기록할 때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효하다. 유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만큼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국제 유가가 바닥 국면에 있다는 것은 추가 하락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의 주가ㆍ정유마진ㆍ국제유가 등이 바닥을 맴돌 때가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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