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라
[양재찬의 프리즘]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55
  • 승인 2017.09.11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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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장 10일 연휴
▲ 모든 국민이 이번 10일 연휴를 생애 최고의 휴식기간으로 느끼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숱하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긴 연휴가 채 스무날도 남지 않았다. 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추석 연휴를 포함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흘 연휴가 가능해졌다. 사람들은 로또 맞은 기분이 든다며 반기지만, 우리네 살아가는 형편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을 보노라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들께서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추석 연휴가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달라고 내각에 당부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푹 쉬는 한편 내수 진작에도 보탬이 되는 등 경제효과까지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국민 휴식권을 보장하는 조치라지만, 일손이 달리는 중소기업 생산 현장에선 이번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태반일 것이다. 사무실 주변 음식점 주인이나 시장 상인 등 자영업자들은 벌써부터 곡哭소리 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한달의 3분의 1이 빨간날인데도 놀지 못하는 봉급생활자들이나 매출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소상공인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리라.

푹 쉬면서 명절에 고향 친지를 찾고 국내 관광을 함으로써 내수를 북돋으라지만 이 또한 연휴기간이 길수록 해외여행객이 많아지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아니나 다를까 10월 2일 임시공휴일이 확정된 그날 국제선 항공권 예약률이 90%까지 치솟았다. 일부 여행사는 이미 해외여행을 예약한 인원이 지난해 추석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7월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여행수지 적자가 17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급감하며 외국인 입국자가 감소한 반면 내국인 출국자는 증가한 결과다. 이런 판에 10월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객이 불어나면 적자폭은 더 커질 게다. 지난해 어린이날과 주말 휴일 사이에 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때에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국내보다 해외가 두배 이상 높았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연휴만 늘린다고 내수가 살아날까. 사상 처음으로 최장 열흘 쉬는 동안 혼란과 피해는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도록 정부가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병원과 약국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시설이 돌아가며 문을 열도록 하는 한편 우편물 배달과 택배, 농산물 출하, 쓰레기 처리, 각종 증명서 발급과 긴급 민원 처리, 기초생활수급자 보호 등 대책을 강구하고 대처 요령을 알려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열흘 동안 문을 닫을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이사대금 등 큰돈은 미리 준비하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추석 연휴인 10월 3~5일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만으론 기대하는 내수 진작 효과를 낼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과 협의해 국립공원과 휴양림, 야영지 등을 무료 개방하는 등 국내여행 수요를 늘릴 종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주요 관광지의 바가지 요금 근절과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도 함께 마련하면 효과를 더 키울 수 있을 게다.

편히 쉬면서 여행하고 소비하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지금처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및 핵실험 도발과 이에 대응하는 선제 타격설 등으로 한반도가 전쟁 공포에 휘말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어디 마음 편히 관광하며 지갑을 열 수 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안심시켜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는 고공 행진하던 국정지지율이 떨어진 배경을 살펴보라. 정치권은 정기국회를 열어 놓고도 당리당략에 매몰돼 싸우기 이전에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라. 국민들에게 이번 10일 연휴를 생애 최고의 휴식기간으로 선물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고,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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