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봐도 저리봐도 ‘문’이 없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문’이 없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255
  • 승인 2017.09.11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2 사이에 낀 한국, 북핵 리스크 괜찮나

지난 3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정부는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섰다. 문제는 대북제재의 후유증이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 불능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만 믿고 있을 수도 없다. 대북제재와 별개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선언해서다. 한국이 그야말로 좌고우면에 빠졌다.

▲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응한 대북제재 강화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2017년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ㆍ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7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공식적ㆍ비공식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유통업이다.

지난 3월 중국의 방한상품 판매 금지 조치 이후 한국을 찾는 유커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한국을 방문한 유커의 수는 28만1263명으로 전년 동월(91만7519명) 대비 69.3%나 감소했다. 올해 누적 방문객도 253만4178명으로, 지난해 473만4275명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의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진출 20년 만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은 이마트는 중국 매장 5곳을 태국 CP그룹에 매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41만8416대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북한 원유공급 차단 조치 등이 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한ㆍ중 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이뤄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ㆍ중ㆍ미의 관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원유공급 차단이라는 강력한 제재 방안을 꺼내 들었다. 중국이 공급하는 원유를 차단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200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 북한을 6자 회담 테이블에 앉힌 경험도 있다. 중국이 대북재제의 ‘키플레이어(Key Play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은 원유 차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핵실험 이후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원유차단 동참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중국이 원유 차단에 나설 경우 북한에 미치는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가 원유 차단 가능성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등은 안보리 회원국의 논의 결과에 달려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제재 나선 한

박인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정확한 제재의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원유 수출 중단은 중국의 대북 제재 중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중국정부 역시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언급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ㆍ미 동맹관계를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지난 6일 우리나라의 미사일 탄두 중량제한 해제가 이뤄진 것도 한ㆍ미간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대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첨단무기를 수입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대북 제재 수위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죄고 있다. 새 대북제재 결의안으로 섬유제품 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ㆍ임금지급 금지, 주요인사와 기관의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제재안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했다. 여기에 북한과 거래를 하는 국가ㆍ기업ㆍ금융기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ㆍ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자 제재방안)까지 강행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북한 무역거래의 91.3%(201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장재철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제재 방안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의 도입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은 이미 지난 8월 6일 유엔제재 이후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ㆍ무역기관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무역 분쟁을 해서라도 중국을 대북제재에 나서게 만든다는 얘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중국이 미국 등 글로벌 경제와 연관성이 높아져 있는 만큼 미국이 중국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이 거래하는 석탄ㆍ철광석ㆍ원유 등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면 중국은 원자재ㆍ화학ㆍ금융에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금융 부문이 타격을 입을 경우 중국 경제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미국이 현실화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경우 한ㆍ중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사드 추가 배치로 경색된 한ㆍ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힘겨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25.1%, 금액으로는 1244억3300만 달러(약 140조866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한ㆍ중 무역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은 수출 시장의 최대 고객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국만 믿고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대북제재와는 별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핵 리스크가 한국 경제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대북제재 하려다 경제 망칠 수도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수시로 반복되는 북한 리스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잦은 북한의 도발행위만큼 시장의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ㆍ중 사이의 통상ㆍ외교적 마찰의 심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G2의 균열은 지정학적 리스크 해결은 물론 글로벌 교역과 증시 환경에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G2 사이에 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교력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전병서 소장은 “외교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면 중국에 충분한 설명과 해명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ㆍ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나라는 무조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사드 보복을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19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