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낙관론 괜찮나

▲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지난 7월 새 정부가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0%로 상향조정했다.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의 영향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고 있다. “성장률을 갉아먹는 나쁜 변수가 숱한데, GDP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는 경제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 미국 경제에 완연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연율 기준 3.0%를 기록했다. 2015년 1분기 3.2% 이후 최고치로, 시장이 예상한 2.8%를 크게 웃돌았다. 2분기 경제성장은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2분기 소비지출은 상품과 서비스 부문 등 모든 부문이 증가하면서 3.3% 증가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내수를 이끌 소비심리의 회복세가 눈에 띈다.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8월 미국 소비자신회지는 122.9로 16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유로존 경기회복 지표로 자주 언급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57.4를 기록, 50개월 연속 50을 웃돌면서 경기 확장세를 이어갔다. 물가상승률도 8월 1.5%를 기록, 7월(1.3%)과 시장 전망치(1.4%)를 모두 상회했고 경기체감지수(111.9)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 중국에선 경기회복 기대감이 꿈틀대고 있다. 2012년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던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세 나서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수출과 소매판매 증가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은 7월 기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PMI도 상승세다. 중국의 8월 제조업 PMI는 51.7을 기록해 전월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 7월 25일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2.6% 성장을 7개월 만에 0.4%포인트 높였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과 투자 회복, 11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정책효과 등 근거는 있었다. 실제로 8월 수출 증가율은 17.4%로 8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수출액 87억6000만 달러(약 9조8935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어두운 그림자도 짙다. 1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2분기에 들어서면서 침체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1.1%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5년 3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2분기 0.6%로 반토막이 났다.

수출은 1분기 대비 2.9% 줄었고, 경제성장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투자 성장률도 1분기 6.8%에서 2분기 0.3%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북핵리스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강화, 8ㆍ2 부동산 대책에 의한 소비심리 악화까지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수출 감소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대對중국 비중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올 1~8월 전체 수출 중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로 지난해 25.1%에 비해 1.9%포인트 감소했다. 2009년 23.9%를 기록한 이후 8년 동안 대중 수출 비중이 23%대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사드 보복에 따른 수출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 GDP 성장률 3% 제시한 정부

2위 수출국인 대對미국 수출액도 감소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702억8487만 달러(약 79조4219억원)로 정점을 찍었던 대미 수출액은 2015년 698억3210만 달러(약 78조9102억원), 지난해 664억6231만 달러(약 75조1024억원)로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할 경우 낙관적인 전망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2분기 GDP를 견인한 소비도 둔화하고 있다. 북핵 리스크, 8ㆍ2 부동산대책 등이 소비심리를 얼리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9.9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CSI는 7월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했다. 주요 CSI 지표 중 상승세를 기록한건 소비지출전망CSI 지수가 유일하다.

박형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출 증가, 소매판매 증가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요인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수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가계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여부가 핵심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 효과를 변수로 봐야 한다는 건데, 시장에선 11조300억원에 달하는 추경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투입된 재정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경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는 “이전 정권과 달리 단기 성장률 보전을 위한 추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속성이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점이 독毒이 될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 따라 경기가 회복되려면, 다시 말해 추경 효과가 발생하려면 장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추경 효과만 기대하고 있기엔 한국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국회 현안보고를 통해 추경을 감안해도 올해 성장률이 2%대 후반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 강화와 추경 집행 등에 힘입어 기본적으로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북핵 리스크가 워낙 민감하고 복잡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내 추경 효과 기다하기 어려워


정부의 낙관론처럼 3%대 성장으로 가는 길이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GDP가 높아지는 구조”라며 “일자리 확대 중심의 추경 효과가 얼마나 빨리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리스크와 8ㆍ2 부동산대책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며 “건설경기 하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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