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석달

재벌개혁을 강조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그런데 최근 공정위 칼날이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는 지적이 많다. “소 잡는 칼로 닭만 잡다가 소 잡을 땐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석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공정위를 향한 공정성 시비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하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4대 그룹 경영자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사진=뉴시스]

“속 시원하다. 잘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판도 많다. 김 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해 깎아내리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 위원장을 향해 “오만하다”고 발언한 건 대표적인 예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다. 김 위원장 과연 제대로 잘 가고 있는 걸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정司正기관이다. 사전적으로 풀면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는 기관’이다. 정해진 원칙대로 사정에 임해야 할 기관이 부드러운 제스처만으로 온갖 불의와 부정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사정기관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경제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말고 도전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던 김 위원장의 일침은 지나침이 없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칼을 휘두르고 있느냐다. 김 위원장은 대학 교수 시절 대기업의 각종 편법ㆍ불법 행위를 강하게 지적, 개혁을 강조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렸지만, 사실 삼성으로 대변되는 ‘재벌 저격수’였다. 그가 공정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재계가 잔뜩 긴장했던 이유다.

그런데 한편에선 “프랜차이즈가 봉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 활동이 유통과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6월부터 최근까지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제재(과징금ㆍ과태료 부과, 검찰 고발 등) 조치는 10여건인데, 대기업집단에 속한 곳은 부영(이중근 회장 검찰 고발)과 LG서브원(과징금 4500만원 부과) 단 두곳뿐이다.

김 위원장도 할 말은 있다. 먼저 프랜차이즈 갑질에 집중된 활동은 이유가 있다. 김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정위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 상당수가 프랜차이즈 자영업자인 만큼 그들의 애로사항 개선이 우선이라고 봤고, 그는 예고대로 했다.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이 아직 공정위의 사정망에 많이 걸리지 않은 이유도 따로 있다. 기업집단국 신설과 함께 본격적인 조사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차근차근 확실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권한 강화, 제도 정비, 예산 확보 등의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김 위원장은 4대 그룹 경영자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 그 뒤로 중소기업ㆍ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다음이었다. 특히 4대 그룹 경영자들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은 한껏 부드러웠다. “자율에 맡기고 지켜보겠다”면서 기회도 줬다. 반면 중소기업과 프랜차이즈 업계를 향한 사정은 속전속결이었다.

김 위원장은 과감한 경제개혁을 강조한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대기업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공정한 대우가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기업을 똑같이 대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공정해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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