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앞 세가지 변수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더 많다. 2014년 때처럼 저가수주 등 우려가 숱하게 많아서다. 부실계약 논란이 일었던 2014년 수주 선박들이 올해부터 인도된다는 점도 리스크다. 2014년 당시 발급받은 RG보험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골칫거리다. 대우조선해양의 부활을 막는 세가지 리스크를 분석했다.

▲ 대우조선해양의 수주회복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드디어 걷힐까. 대우조선해양이 연이은 수주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올해 달성한 수주 실적(7일 기준)은 17억5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조9758억원에 이른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실적엔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수주절벽에 골머리를 앓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개선됐다. 올 1~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나쁜 변수도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수주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2014년처럼 저가수주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2014년 수주계약을 체결했던 일부 선박이 올해부터 인도된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2014년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발급된 대규모 선수금 환급보증(RG) 보험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 2017년 수주 괜찮나 =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성적은 제법 쏠쏠하다. 지난 3월 LNG(액화천연가스)선 2척의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LNG 2척,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14척, 특수선 2척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저가수주, 원가율 문제 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의 성과와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면서 “업계 불황으로 선박 건조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후판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건조 기간이 오래 걸리면 원가변동률을 선박 가격에 연동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고정해놓는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수익을 보전할 만한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가수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경쟁에 참여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치열해지고, 무리하게 수주를 따내기 위해 국내 조선사들 간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조선사 실적의 근간은 수주다. 대우조선해양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더 많은 수주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무리한 수주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2014년 선박 문제없나 = 시계추를 2014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조선사들은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글로벌 불황 탓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일찌감치 수주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총 69척의 건조계약을 따내 당초 목표였던 145억 달러(약 16조37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LNG선 사업에서 성적이 좋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37척(2척은 이후에 VLCC 4척으로 변경)의 LNG선을 수주했다. 조선사들의 LNG선 연평균 수주건수인 10~20건의 약 두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지면서 이들 수주에도 부실계약 문제가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4년 대량의 수주는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물어온 것들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만약 고 전 사장 재임 시절 수주한 계약들에 문제가 있다면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수주했던 LNG선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된다. 하지만 이 LNG선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상적으로 조선사의 수주계약 내용은 인도 전까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계약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부실계약 소지가 있다면 대우조선해양엔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LNG선 건조의 수익률은 대략 1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수치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RG보험 문제 없나 =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발급된 대규모 RG가 대우조선해양과 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RG는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시 은행이 조선사 대신 선박 건조를 주문한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급해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앞서 말했듯 대우조선해양에 남아있는 수주계약들에 부실문제가 발생한다면 RG로 엮여있는 은행들에도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양플랜트가 문제가 된 것이지 선박은 문제가 없다”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조선사 치킨게임 다시 시작되나

하지만 간단히 넘길만한 문제는 아니다. RG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일부 은행은 파산에 이를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밟게 되면 일부 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사진은 최종구(왼쪽) 전 수은 행장과 이동걸 전 산은 회장.[사진=뉴시스]
아울러 이런 우려는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문제를 놓고 합리적인 판단을 흐릴 공산이 크다. RG가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해야 할 타이밍을 빼앗고 거액의 혈세를 투입해 목숨을 연명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이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250억 달러(약 28조2250억원). 이 가운데 RG금액은 3분의 1가량이다.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에 발급한 RG가 10조원가량이라는 건데, 이중 올해에만 2조여원을 새로 쌓았다. 시한폭탄의 위력이 갈수록 세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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