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가 외풍에 흔들려선 안 된다. 김동연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세금을 어디서 어떻게 거둘지 결정하는 조세정책이야말로 국가경영의 핵심이다. 이를 놓고 국정운영 철학을 반영해 지혜를 모아야 할 정부와 여당이 불협화음을 빚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3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 인상에 대해 그럴 때가 아니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적극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의원들이 잇따라 나서 거들었다.

그러자 김 부총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현된 이익이 아닌 보유에 대한 과세,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보유세를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대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시장에는 결국 여당 주장대로 보유세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상 과정이 그랬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6월 취임 때 소득세나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증세를 건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추 대표 제안대로 초우량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을 내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했다. 관가에 ‘김동연 패싱(건너뛰기)’이란 말이 나돌기 시작한 배경이다.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는 방관하거나 미적대고, 당이 나서 공론화하면 청와대가 이를 수용해 결정하는 구조는 정상적인 정책결정 방식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보다 더 긴밀하게 토론하고 소통해 결정하고, 그 진행과정을 이해관계자 등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시켜야 마땅하다.

“보유세와 관련해 당과 협의한 적이 없다”는 김 부총리 발언은 곧 당정 간 소통이 막혀 있음이다. 북핵 리스크에서 촉발된 북미 갈등,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부동산가격 급등, 가계부채, 청년실업, 내수부진 등 나라 안팎의 악재가 산적한 마당에 경제정책이 토론과 소통 없이 정치에 휘둘리면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경제가 정치논리에 끌려 다니면 결과적으로 경제도, 정치도 함께 망가지기 십상이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가 여당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의견이 다를 때마다 고개를 숙이면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게 된다. 긴 안목의 정책 대신 단기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정책이 많아질 것이다. 그 결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주요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하는 등 정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김 부총리 취임 직후 서울 세종로 부총리 집무실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간담회를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를 이끌 삼두마차의 첫 회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장 정책실장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께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로 왔다”고 했다.

이것이 말에 그쳐선 안 된다. 대통령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가 정치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김 부총리 스스로 정치 논리에 맞서는 경제철학과 소신, 위기관리 능력 및 리더십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새 정부 1기 경제팀이 처한 현실은 지난 8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 부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토로한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경제팀은) 내각이 중심이 돼서 가는 게 맞다. 믿고 맡겨 줬으면 한다.” 부총리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기재부 위상이 약화됐다면 경제팀이 내놓는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까. 경제부처 직원들은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대통령이 취임한 지 넉달이 넘었고, 경제부총리도 16일 취임 100일이 지났다. 과거 정부와 다른 성과를 보여줄 때다. 그런데 8월 청년실업률은 1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 악화됐다.

TV에 가끔 비치는 경제부총리 얼굴이 어둡다고들 한다. 무엇이,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부총리 등 경제팀이 웃으며 열심히 뛰게 하라. 당정청 협의를 더욱 긴밀히 하며 소통하라. 부총리와 장관들에게 자리에 걸맞은 힘을 실어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라.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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