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의 탐욕과 단말기 값의 상관관계

단통법의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보조금 상한제’가 9월 30일 폐지된다. 일부 소비자는 “이통3사가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으니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품는다. 한술 더 떠 통신비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이런 기대효과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통3사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 단통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지만 단말기 값은 내려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국민 모두에게 욕을 먹는 법이다. 시행(2014년 9월)한지 3년이 흘렀음에도 이 법은 여전히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동통신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권리를 보호 받았다’는 소비자는 찾아볼 수 없어서다.

악법 논란의 중심에는 이 법의 핵심 조항인 ‘보조금 상한제’가 있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이동통신사로부터 받는 보조금에 상한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되레 비싼 값을 주고 단말기를 구입하게 됐다”는 비판이다. 현행 단통법에서는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최신형 단말기를 두고 지원금을 최대 33만원 이내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상한을 두고 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보조금 상한제’가 올 9월 말 사라진다. 이 제도가 단통법 시행과 함께 3년만 유지되는 일몰 규정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품고 있던 불만의 한토막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단말기 값과 가계통신비는 떨어질까.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단통법의 목적은 ‘이동통신시장의 투명화’에 있다. 단말기 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와 관련 부처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홍보를 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보조금 상한제가 사라지더라도 단말기 값과 통신비가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왜일까. 보조금 상한제가 없어지면 이통3사가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질문을 단통법이 등장한 배경을 통해 풀어보자. 2014년 이동통신시장은 ‘대란’ 열풍이었다. ‘아이폰 대란’ ‘갤럭시 대란’ 등이 시장을 휩쓸었다. 대란의 핵심은 보조금이었다. 매장은 정보에 밝은 관심 고객에겐 보조금을 한도에 가깝게 풀어 유혹했다. 100만원을 호가하던 신제품들이 ‘공짜폰’으로 시장에 풀렸다.

반면 일부 고객에게는 높은 가격을 뒤집어씌웠다. 공짜폰에 따른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호갱님’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유통시장은 판매자와 소수 소비자만 이득을 얻고 다수의 ‘호갱님’이 이를 떠받치는 구조였다.

단통법은 이 구조를 깨기 위한 등장했다. 통신사가 단말기에 주는 보조금을 미리 공시하고 그 이상을 지원하면 처벌받게 했다. 법안 원문이 밝히는 목적도 그랬다. “… 이 법은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임….” 결국 법의 핵심은 ‘소비자간 가격 차별 금지’다. 어찌됐든 법안의 목적은 시장 원리에 충실했다. ‘대란’은 사라졌다.

모두가 욕하는 악법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후유증이 발생했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비싸게 휴대전화를 구매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보조금 규모가 단통법 시행 전보다 적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이통3사의 마케팅비는 지난해 7조6187억원. 2014년(8조8220억원) 2015년(7조8678억원)에서 해가 갈수록 줄었다. KT는 단통법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은 크게 올랐다. 단통법에는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보조금 상한제 때문에 보조금을 더 풀지 못한다”며 하소연했다. 비난의 화살이 보조금 상한제로 쏠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통3사의 주장처럼 보조금 규모가 적었던 건 ‘보조금 상한제’ 탓이 아니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그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보조금 상한제의 최대인 33만원을 꽉 채워서 책정한 통신사는 없었다”면서 “보조금 상한제가 사라지면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는 판단은 공급자가 탐욕을 포기하고 선의善意를 좇을 거라는 허망한 믿음에 기댄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짜폰 대란은 특정 소비자에게만 일시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올리는 이통사의 수익 전략이었다”면서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단통법의 기본 원칙이 유지되는 이상 이통3사가 보조금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인하 효과 없다”

결국 보조금 이슈로는 이동통신 업계의 자발적인 요금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거다. 대신 요금ㆍ서비스 경쟁으로 이통3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말기 구입과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이 대안 카드다. 이통3사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는 유통 독점 구조를 깨야한다는 거다. 이렇게 하면 서비스 요금경쟁(이통사)과 단말기 가격경쟁(제조사)을 유도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로 ‘보조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내걸었다. 공약은 곧 현실이 된다. 그런데 진단과 처방이 엇나갔다. 헛발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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