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돼지집 이태원점에 숨은 경영코드

언뜻 봐도 그냥 삼겹살 집이 아니다. 분위기는 레스토랑 같고, 매장 안에 설치된 ‘바(Bar)’에선 다양한 주류를 제공한다. 삼겹살 품질은 ‘테이스터’가 담보하고,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다. 하남돼지집이 7월 오픈한 ‘이태원 다이닝바’엔 해외진출을 위한 6가지 코드가 숨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코드들을 탐색했다. 
▲ 하남돼지집이 이태원 다이닝바를 오픈했다. 최고급 품질의 고기는 물론 바(Bar)와 스타일러 등을 갖춘 해외진출 '테스트 베드'다.[사진=천막사진관]

이태원에 삼겹살 전문점이라…. 어떨까. 글쎄, 갓을 쓴 영국 신사 같진 않을까. 선뜻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셉트를 살짝 돌리면 어떨까. 이태원에 삼겹살 전문점인데, 모던한 분위기라면…. 글쎄, 어울리는 조합 같기도 하다.

“왜 사람들은 이태원을 이국적으로만 볼까요? 삼겹살 집은 꼭 예스러워야 할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이태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전파하는 공간일 수도 있어요. 이런 맥락에선 삼겹살 집이 프랑스 레스토랑 같아도 무방하죠.” 

장보환 하남돼지집 대표는 낡은 고정관념에 칼을 댔다. 이태원을 한국을 알리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 주전공인 삼겹살집을 ‘모던하게’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지난 7월 탄생한 곳이 ‘하남돼지집 이태원 다이닝바’다. 하남돼지집 관계자는 “모든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삼겹살 집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은 2~3층 포함 약 330㎡(100평) 규모다. 2층 40석, 3층 46석 등 86명을 수용할 수 있다. 꽤 큰 규모 덕분인지 지난 8월 ‘서울 MICE 얼라이언스(SMA)’의 신규 회원사로 선정됐다. SMA는 서울시와 서울관광마케팅이 MICE(MeetingㆍIncentivesㆍConventionㆍExhibition : 국제회의 등과 관광을 결합한 산업) 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민관협력 단체다. 서민음식 삼겹살을 파는 이곳이 다양한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규모 덕만은 아니다. ‘하남돼지집 이태원 다이닝바’에는 낡은 통념을 깨는 톡톡 튀는 경영 코드가 숨어 있다. 

■ 고정관념을 깨라 = “한국 음식 하면 불고기를 떠올릴 것이다.” 아쉽게도 이 추측은 옳지 않다. 구글 트렌드의 검색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세계인들은 ‘Korean food(34점ㆍ최근 1년간 검색어 관심도, 100점 만점)’보다 ‘Korean BBQ(70점)’를 더 많이 찾아봤다. 삼겹살로 대표되는 ‘돼지 고기 구이’가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셈이다.

역으로 돌려보면, ‘한국음식=불고기’라는 등식은 편견의 소산이라는 거다. 실제로 하남돼지집 이태원 다이닝바는 “저평가 돼있는 돼지고기가 재평가 받을 때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 ❶하남돼지집 이태원점은 1+등급의 고기를 엄선해 고객에게 제공한다.❷고객의 옷을 깔끔하게 보관하기 위해 층마다 설치해 놓은 스타일러.[사진=천막사진관]

■ 냄새는 풍기는 게 아니라 잡는 것 = 삼겹살 회식이 끝나면 으레 나오는 말이 있다. “오늘 지하철은 다 탔다.” 삼겹살은 굽는 것이고, 그렇다면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는 통념에서 기인한 말이다. 하지만 “냄새는 풍기는 게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 장보환 대표는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먼저 하향식 로스터와 환풍장치를 설치했다. 로스터(불판)를 식탁 높이보다 낮게 만들고, 그 주위를 환풍장치로 감쌌다.

그래도 냄새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고객을 위해 층마다 스타일러(의류관리기기)를 배치했다. 하남돼지집 관계자는 “고객이 처음 매장에 들어설 때처럼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에도 깔끔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타일러를 전층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 집이 아니라 레스토랑 = 이곳의 콘셉트는 삼겹살 ‘집’이 아니라 ‘레스토랑’이다. 그래서 매장 입구부터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꾸몄다. 벽면 메뉴나 홍보물은 아예 붙이지 않았다. 2~3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하남돼지집의 7년과 앞으 로 7년의 목표를 담은 사진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테이블당 핀조명은 하나씩만 설치하고, 테이블간 거리는 넓혔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식사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천천히 대화를 하면서 오랫동안 식사를 즐기는 외국인들이 선호할 만한 분위기를 갖춘 셈이다. 

■ 집이 아니라 바(Bar) =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남돼지집 이태원 다이닝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소는 ‘바(Bar)’다. 이곳 바는 ‘삼겹살과 소주’라는 공식을 깨고 와인ㆍ위스키ㆍ수제맥주 등을 제공한다. 칵테일은 바텐딩(Bartending) 기술을 갖춘 직원이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이런 분위기는 하남돼지집 이태원 다이닝바가 MICE 회원사로 선정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고기 품격을 감별하다 = 돼지고기의 품격을 높여주는 전문 ‘테이스터(Tasterㆍ맛 감식가)’가 직접 고객을 응대한다. 이들은 초벌구이한 2㎝ 두께의 고기를 고객 테이블에서 직접 자르고 구워서 제공한다. 고기 구위별 특징과 굽는 방식,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안내한다.

모두 2주 이상 본사에서 돼지고기에 관한 전문 교육을 거친 이들이다. 또 해외진출을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인 만큼 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등 외국어를 갖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직원들 가슴에 부착된 국가별 배지로 소통가능한 언어를 확인할 수 있다. 

■ 고기 품질을 고집하다 =  ‘돼지고기는 익혀야 맛’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밑단엔 ‘삼겹살은 그게 그거’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하지만 삼겹살에도 품질이 있다. 이곳은 최고의 삼겹살 품질을 고집한다. 신세계푸드를 고기 공급처로 선정했지만 자체적인 심사를 다시 거친다. 1+등급의 삼겹살을 엄선해 제공하기 위해서다. 목살ㆍ항정살ㆍ갈비살 등 다른 부위도 국내 최고 품질의 고기를 사용한다. 
 
‘뭉게두부김치’, ‘로제제육볶음’, ‘하남김치전’ 등 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한 단품메뉴도 갖췄다. 9개월여 동안 전문 셰프들이 연구 개발했다. 곁들이는 장에도 공을 들였다. 아보카도 와사비, 칠미소금, 시그니처 쌈장 등 세 종류를 제공한다.

옥민우 하남돼지집 이태원점 점장은 고기 선정부터 제공 과정, 곁들이는 메뉴까지 신경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돼지고기가 맛이나 영양, 품질에 비해 저평가 돼있다. 삼겹살집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제 개점 2개월차. 이곳 직원들은 “삼겹살 집을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여전히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삼겹살에 전략을 입히면 해외시장에 수출할 ‘코리안 푸드’로 손색이 없다고 확신한다. 뻔한 삼겹살에 ‘변신 코드’를 심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건영 하남돼지집 마케팅팀 팀장은 “개점 3개월 내에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게 목표”라면서 “그래야 외국인 고객을 부족함 없이 응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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