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수입차 ‘딜링’에 목매단 이유

 
‘해외 자동차 제작사→공식수입업체→판매업체(딜러)→소비자.’ 국내 수입차의 유통경로다. 여기서 판매업체 대부분은 재벌이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왜일까. 수입차 판매업은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운영이 쉽고, 이익은 많이 나서다.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공식 수입업체의 실적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무려 10만5037대.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25년 만에 10만대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는 6만2239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이익을 챙기는 곳은 수입업체만이 아니다.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판매업체(딜러)도 덩달아 큰 이익을 내고 있다.

국내 수입차의 유통경로는 ‘해외 자동차 제작사→공식수입업체→판매업체→소비자’로 이어진다. 수입업체가 자동차를 직수입하면 ‘딜러’라고 불리는 판매업체 대리점에 적정 차량을 배분해 판매가 이뤄진다.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BMW를 예로 들면 ‘BMW→BMW코리아→코오롱글로텍 등 판매업체→소비자’이다.

국내 주요 판매업체는 50여개가 있다. BMW의 공식 판매업체는 8개, 메르세데스-벤츠 11개, 아우디 8개, 렉서스 9개, 도요타 5개, 혼다는 7개다. 이 중 실적이 좋은 업체는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BMW의 공식판매업체 코오롱글로텍은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최대주주(4.23%)다. 그의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0.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사업을 시작한 코오롱글로텍은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 중 하나다. 코오롱글로텍은 지난해 매출 5835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업체 중 영업이익이 제일 크다.

BMW 매장 6개를 운영하는 한독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3856억원, 영업이익 98억원을 달성했다. 한미석유 박신광 회장이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하고 있다. 박 회장(16.6%), 그의 아들 박재형씨(51%,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수입사, 판매사 “함께 이익 낸다”

효성은 더클래스효성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를 판매하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 조현준 섬유PG 사장, 조현문 중공업PG 사장, 조현상 산업자재PG 부사장이 각각 지분 5.08%를 가지고 있다. 더클래스효성은 지난해 매출 3072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한성자동차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규모는 효성보다 크다. 지난해 매출 7773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국내 1위다. 한성자동차는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인 레이싱홍그룹이 설립•운영하고 있다. 국내 판매업체 중 유일하게 해외 재벌이 소유하고 있다.

아우디의 판매업체 참존모터스는 김광석 참존 회장의 장남 김한균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참존모터스 지분 6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대표의 친동생 김한수씨와 김광석 회장도 각각 20%와 13.3%를 가지고 있다. 참존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1481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참존은 벤틀리를 판매하는 참존오토모티브도 운영하고 있는데, 김한수씨가 대표로 재직 중이다. 그는 부친인 김광석 회장과 동일한 2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일진 허진규 회장의 둘째 사위 김윤동 대표는 혼다 판매업체 일진자동차 경영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44.44%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김 대표의 부인 허승은씨와 허진규 회장도 각각 27.78%를 보유하고 있다. 일진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234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GS의 센트럴모터스는 렉서스를 판매하고 있다. GS 허창수 회장 11.92%, 승산 허인영 대표 18.67%, GS칼텍스 허준홍 부문장 10.11%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 판매업체가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해 영업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도요타 사태로 인해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렉서스는 도요타가 출범한 고급 브랜드다.

 
용산•일산•장한평 등 3개 매장에서 도요타를 판매하고 있는 LS네트웍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LS네트웍스 측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정확한 실적을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글로벌 상사와 수입자동차•자전거 판매 사업이 포함된 유통부분은 지난해 매출 556억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 유통부문의 매출은 회사 총 매출의 13.1%를 차지한다. LS네트웍스는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지분 0.01%를, E1이 81.79%를 보유하고 있다. E1은 구자열 회장(17.66) 등 오너일가가 지분 45.33%를 보유하고 있는 LS그룹 에너지부문 계열사다.

재벌이 수입차 판매 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개인적인 관심을 꼽을 수 있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BMW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 회장은 수입차 판매업체를 직접 설립했다. 한미석유 박신광 회장(한독자동차)도 개인적인 관심이 사업으로 이어진 경우다. 자신이 잘 아는 수입차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다. 두 회장은 아직도 BMW를 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이익을 쉽게 남길 수 있어서다. 수입차 판매 사업은 말 그대로 품질이 좋은 수입차를 파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방식이 단순하다. 풍부한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재벌에겐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사업이다. 여기에 수입업체로부터 싼 가격에 자동차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것도 메리트다. 상당한 자본력으로 다른 판매사보다 많은 차량을 주문할 수 있어서다.

가격 부풀리기 지적도 많아

물론 다른 업체도 주문량을 늘릴 수 있지만 부담이 크다. 물량을 늘렸다가 팔지 못하면 그 손해를 업체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업이 수입차 판매” “수입업체가 자본력이 풍부한 재벌을 원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수입업체와 판매업체와의 차량 배분 방법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진입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차 값 부풀리기는 보너스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2~3년 전만 해도 수입업체들은 물류비•광고비 등을 크게 잡아 가격을 부풀렸다”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행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인하됐음에도 수입차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수입차가 풀 옵션으로 판매되는 것도 지적했다. 현재 수입차는 국내 제조공장이 없기 때문에 보통 풀 옵션으로 수입되고 있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4000만원 차량 중 1000만원이 옵션인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소비자가 풀 옵션으로 수입차를 무조건 비싸게 사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서 달고,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 고객이 아니라 공급자에게 맞춰져 있다”며 “고객에게 차량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기본”이라고 덧 붙였다.

Issue in Issue
올 세계 자동차 판매 ‘上高下低’

올 하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 상반기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 상황은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감소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전망했다.

 
상반기까지는 일본업체가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만회하며 3970만대를 판매, 7%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신흥시장 확산, 미국의 경제 회복세 약화 등으로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으로는 상반기의 호조로 7840만대를 판매해 4.8%의 증가율에 비해 소폭 상승한 5.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시장과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2.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는 155만대에 그치며 지난해 158만대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수 판매 중 수입차 판매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인하, 중저가 브랜드 출시 확대 등으로 20%가 넘는 판매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98%에서 급증한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특징은 지역별 차별화 심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산업을 견인했던 신흥권 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브라질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4.2%가 감소하고, 러시아도 올해 8.6% 증가하지만 지난해 39%의 성장에 비해 성장률이 30.4%포인트나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자동차시장의 저성장 극복을 위해 신차구입 보조금 지급 정책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지원책에 의해 연간 7%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2009년(59.6%), 2010년(32.5%)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하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