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세금의 자화상

▲ '스텔스 세금'이라 불리는 간접세는 서민에게 부담을 준다.[사진=뉴시스]

알게 모르게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세금, ‘스텔스(Stealth) 세금’이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탐지가 어려운 ‘스텔스 전투기’에서 따온 용어다. 부가가치세ㆍ주세酒稅 등의 간접세가 여기에 속한다. 제품의 판매가격에 세금이 합산돼 있는 탓에 체감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담뱃세도 대표적인 스텔스 세금 중 하나다. 4500원짜리 담배 한갑을 살 때마다 3323원의 세금이 빠져나간다. 주유소 휘발유에도 스텔스 세금이 숨어 있다. 관세ㆍ개별소비세ㆍ부가가치세 등 900원가량의 세금이 휘발유 가격에 고정금액으로 녹아 있다. “휘발유 제조원가가 0원이 돼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법하다.

스텔스 세금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 결과, 설탕세ㆍ애완견등록세 등 기상천외한 세금이 탄생했다. 유럽연합(EU)의 평균 부가가치세율도 2008년 19.5%에서 2016년 22%로 뛰어올랐다. 세계 각국이 스텔스 세금을 늘리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직접세에 비해 국민의 반발이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세금이 알게 모르게 서민의 삶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간접세가 수입이 많든 적든 모두가 똑같이 내야 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전체 세수 중 담뱃세 비율은 2014년 2.6%에서 2016년 4%까지 증가했다. 2015년 트렌드모니터의 설문 조사에서 정부의 과세정책을 ‘공평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국민이 87.9%에 달했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국민을 위해 걷는 세금, 국민의 주머니를 은밀하게 털고 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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