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면세점, 화장품 업계

▲ 유커의 발길이 끊긴 유통업체가 시름에 빠졌다.[사진=뉴시스]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 탓이다. 롯데마트는 결국 중국시장에서 백기를 들었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잃은 면세점 업계, 화장품 업계도 맥이 빠진지 오래다. 더 심각한 건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커가 빠진 자리에 다시 풀이 돋을지 의문이다.

-94.9%. 올 상반기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기록한 실적이다. 중국 내 점포 대부분이 영업정지와 임시휴업으로 문을 닫은 결과다. 중국 당국은 “소방법을 위반했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어디까지나 중국의 입장이었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해 중국이 소방법을 빌미로 보복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롯데는 3월 3600억원의 긴급자금까지 수혈하며 어떻게든 버텨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손실은 불어나고, 해결의 실마리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07년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롯데는 중국 내 마트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14일 롯데쇼핑은 “주관사를 선정해 중국 롯데마트 점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엔 중국 여행업체의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행行을 아예 차단했다. 유커의 통큰 씀씀이에 봄날을 만끽하던 국내 업체들엔 날벼락이었다. 누가 뭐래도 화장품 업계의 타격이 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2% 감소했다(7288억원→5089억원). 중소형 브랜드업체들은 더 휘청거리고 있다.

토니모리(-7 3%), 잇츠한불(-67%), 에이블씨엔씨(-66%) 등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곤두박질쳤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부진에 사드 이슈까지 겹치면서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업을 다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호텔신라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4% 빠졌다. 특히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TR부문의 실적이 뼈아팠다. 지난해 상반기 430억9024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249억3293만원으로 42.1%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현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를 계기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억울하다. “세계 최대 시장을 눈앞에 두고 다른 길을 찾으라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기업들도 많다. 사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손 써주길 기다렸지만 상황만 더 안 좋아졌다. 우리가 마냥 정부를 믿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유커 난 자리에 싸늘한 바람만 맴돌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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