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혁신 품은 VRㆍAR

▲ VR과 AR 기술은 소비활동뿐만 아니라 생산활동에도 큰 혁신을 가져온다.[사진=뉴시스]
안경을 쓰면 쇼핑이 가능하고, 우주를 활보할 수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고, 시조새가 날개를 펄럭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VRㆍAR 기술의 효과다. 하지만 VR과 AR은 생산방식도 바꿔놓는다. 예컨대, 손이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드는 시제품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아도 된다. 생산자 눈으로 본  VRㆍAR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봤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는 ‘가상 피팅 서비스’, 동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직접 돼보는 ‘체험형 동화 구연 서비스’, 집에 가만히 앉아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거나 해외 유적지를 탐사하는 ‘체험 학습 서비스’. VR과 AR 기술이 그리는 미래사회의 조감도다.

어디 이뿐이랴. VRㆍAR 기술을 통해 변화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숱하게 제시돼 왔다. 그중엔 벌써 서비스되고 있는 기술도 많다. VRㆍAR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VRㆍAR 기술이 소비 행태만 바꾸고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의 생산 활동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시점은 2027년. VRㆍAR 기술이 생산현장에 도입된 지 벌써 10년째다. 한 전자제품 제조사가 새로 출시할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엔 성능 테스트를 위해 프로토타입의 제품을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VRㆍAR 기술로 테스트하고, 결함이 발생하면 수정하면 그만이다. 시연이 필요할 땐 목업(mockupㆍ디자인 평가를 위해 만드는 실물 크기 모형)제품에 AR 기술을 적용하면 끝이다. 물리적ㆍ시간적 비용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엔 자동차 회사. 한 작업자가 생산도면을 눈앞에 띄워놓고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수제 자동차도 이젠 걱정 없다. VRㆍAR 기술로 화면에 띄우면 그만이다.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수월해졌다. 부품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의 기술을 시연하고 평가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몰랐지만 공간을 초월한다는 건 VRㆍAR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생산단계에 참여하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개발단계의 제품이 VR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유되고, 그 과정에서 모아진 의견을 생산자가 수렴한다. 소비자들이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니즈를 표출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래서 재고가 쌓이거나 반품 처리되는 일이 크게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혁신시스템 구축 부담돼

어떤가. VRㆍAR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혁신을 품고 있다. 문제는 VRㆍAR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VRㆍAR 기술 기반의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선 자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만의 얘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VRㆍAR 기술 기반 콘텐트를 제작하는 경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기획만 제공하고 실제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대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가상ㆍ증강현실이 만드는 미래’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한 연구원은 “자본이 많을수록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건데, 중소기업과 개인도 부담 없이 VRㆍAR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VRㆍAR 기술 소유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소비자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라면서 말을 이었다. “혁신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소비자들도 그만한 능력이 뒷받침돼야한다. 가령, 가격이 비싼 VR 헤드셋, AR 카메라 등 장비가 없으면 VRㆍAR 기술은 무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VRㆍAR 기술이 상용화되면 오프라인 매장은 축소될 게 분명한데, 이럴 경우 VRㆍAR 기술에서 소외된 소비자들의 비용은 되레 증가할 공산이 크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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