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공장가동률 하락세

중국에서 한국기업 전기차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못 받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이후부터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사드 보복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고, 2020년이면 보조금 지급도 중단되는데 굳이 찍힐 필요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냉가슴 3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2020년까지 전기차배터리 매출 7조원을 달성하겠다(LG화학).” “중국 우시無錫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삼성SDI).” “2020년까지 세계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SK이노베이션).” 국내 전기차배터리 3사가 2016년 1분기를 전후해 밝힌 청사진이다. 여기엔 공통 전제가 깔려 있다. “연평균 159%(2011~2015년 기준ㆍ에너지경제연구소)씩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거였다. 이른바 ‘배터리 황금 플랜’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흐른 지금, 이들 3사는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내 리서치업체에 따르면 2015년 10월 난징南京에 설립한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 가동률은 전체 전지사업 공장 가동률(6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가동률이 하락한 건 사실”이라면서 “그나마도 수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 10월 중국 시안西安에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지으면서 “향후 6억 달러(약 6700억원)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말에는 우시에 별도 법인을 설립, 전기차배터리 팩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시안의 전기차배터리 셀을 가져다 배터리팩을 만들 목적이었다. 하지만 우시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는 묘연하다. 시안 공장의 가동률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1월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합작법인)’를 설립, 이 법인을 통해 배터리팩 제조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올해 1월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재가동 논의조차 없다. 특히 2016년 4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밝힌 ‘셀 제조공장 설립’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전기차배터리 3사가 고전하는 이유가 뭘까. “사드 배치에서 비롯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3사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지급되던 보조금을 사드 배치 이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3사가 대놓고 “사드 때문”이라 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공식적인 이유를 밝힌 바 없어서다.

더구나 2020년이면 중국의 보조금 지급 정책은 완전히 중단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 업체들도 질을 따져 한국기업 배터리를 쓰게 될 텐데 괜한 소리를 해서 뭐 하겠느냐”고 털어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면서 “묵묵히 버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푸념했다. 정치에 경제가 말려들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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