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구멍 뚫린 먹는샘물

‘먹는샘물(생수)’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하루 2L씩 마시라고 하는데, 과연 그만큼씩 마셔도 되는 물인지 미심쩍다. 이 문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먹는샘물 관리체계가 허술한 건 변하지 않았다. 처벌도 솜방망이처럼 약하다. 위반해도 과징금으로 대신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처벌을 무서워하겠는가.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먹는샘물은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는 조롱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 먹는샘물 시장이 1조원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관리와 처벌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구제역 살처분으로 오염돼서 그렇다더라.” 9월 8일 먹는샘물(생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내가 구입한 물에서도 기름냄새 같은 게 난다”며 관련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다. “구제역 살처분으로 수원지가 오염돼 그렇다더라”는 소문은 그렇게 퍼져나갔다.

민원이 늘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관리감독기관인 충청남도는 9월 11일 해당업체(금도음료)가 보관하고 있던 문제의 제품(충청샘물) 4건을 수거해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그래도 민원이 끊이지 않자 14일에는 민원인이 보관하고 있던 제품과 마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포함해 5건을 수거해 2차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물에는 문제가 없었다. 50개의 검사 항목 중 49개는 통과했다. 하지만 한가지,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했던 냄새(심미적 영향물질)가 기준을 초과했다. 충남도는 결과에 따라 해당업체에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판매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해당업체는 현재 회수와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냄새는 왜 발생한 걸까. 충남도는 ▲공병탄화(제조과정 온도 및 성형과정 시간조절 오류) ▲공병 내부 공기세척 기간 부족(최소 3일 소요) ▲유통과정에서 직사광선으로 인한 보관ㆍ관리 잘못으로 냄새의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과거의 사례에 비춰서 추정을 하고 있는 거다. 아직 검사 중이고,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진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이번에 불거진 ‘냄새나는 생수’ 사건으로 오히려 그동안 먹는샘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생수시장은 1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와 맞지 않게 관리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문제는 샘물업체의 이상한 관리절차다. 먹는샘물 허가와 지도, 관리를 환경부가 아닌 제조업체가 있는 해당 지자체에서 실시한다. 환경부는 관련 제도를 만들고, 지자체는 관리감독을 한다. 환경부령에 따라 지자체 장이 허가를 내주고, 해당 지자체에서 연 2회 업체시설을 점검한다. 분기마다 해당 관내에 유통되는 먹는샘물을 수거해 품질검사도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먹는샘물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행정적 효율성을 생각해 그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그럴만한 여력을 갖추고 있을까. 환경부 관계자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면서 “100% 완벽할 순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질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해당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먹는샘물 제조업체 중에서 (먹는샘물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는 2014년 28건, 2015년 28건, 2016년 22건에 이른다. 

둘째 문제는 관리 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다. 이번 충청생물 문제의 발화지점은 ‘냄새’였다. 전문가들은 냄새의 원인이 페트(PET) 용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1ㆍ2차 검사에서 용기는 제외됐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용기는 관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입을 모아 “우리는 물만 관리하지 용기까지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트는 식품용기다. 우리에게 왔을 땐 당연히 ‘식품공전에 따른다’는 규정을 통과한 정상적인 제품이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셋째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수질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거다. 충청샘물만 봐도 그렇다. 해당업체가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충청생물을 포함한 먹는샘물 OEM 제조업체인 금도음료는 최근 5년 동안 3번이나 수질기준을 위반했다. 지난해엔 제조설비를 부적정하게 설치ㆍ운영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해당업체에겐 15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 더욱 철저하고 체계적인 먹는샘물 관리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2013년과 2014년에도 업체는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두번 다 불소가 기준치(2㎎/L)를 넘었다. 2013년엔 2.86㎎/L, 2014년엔 2㎎/L가 각각 검출됐다. 이때 업체에 내려진 처분은 각각 영업정지 1개월과 15일이다. 2013년에 비해 2014년의 영업정지 기한이 길었던 건 같은 항목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수질기준을 위반해서다. 가중처벌이 내려진 거다.

하지만 3번의 부적합 판정과 영업정지 처분에도 해당업체는 영업을 지속했다. 그때마다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한 결과다. 2013년 영업정지 15일은 과징금 375만원으로, 이듬해 영업정지 30일은 과징금 3000만원으로 대신했다. 지난해 시설 문제로 영업정지 15일을 받았을 때도 과징금 1260만원을 내는 것으로 끝냈다.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도 관계자는 “모두 과징금으로 대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위반 항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납이나 카드뮴 같은 유해성 물질에 대해서는 과징금 대체가 되지 않는다.”

“영업정지? 과징금 내면 그만”

가중처벌 자체도 문제가 있다. 동일 항목에만 적용하고, 1년 이내에 문제가 터져야 가중처벌을 물을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된다. 동일한 항목을 1년 이내에 다시 위반했을 때만 가중처벌이 내려진다는 거다.

예를 들어 보자. 2015년에 A업체의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가 검출됐다. 관리당국은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2017년 정기검사에서 A업체의 제품에선 또 다시 기준치를 초과한 불소가 검출됐다. 이번에도 영업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졌다. 동일 항목을 반복 위반했지만 가중처벌 기준이 1년 이내이기 때문이다. 처분 규정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2016년 기준 62개 제조업체에서 22건의 위반사항이 발생한 거다. 규정이 있어도 무섭지 않으니, 안일해지고 있는 거다.

환경부는 “매일 마시는 물인 만큼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단계적으로 관리와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없다. 어디 이런 말이 한두번인가. 적어도 물이라도 마음 놓고 마셔야 하지 않냐는 원망이 메아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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