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도전 성공할까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에 손을 댔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의 제조개발 사업부문을 인수ㆍ합병(M&A)하면서다. 그동안 구글이 제조업에 거리를 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행보다. 의견은 두 개로 갈린다. 한편에선 구글이 ‘잘못된 로드맵을 짰다’고 혹평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구글이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내다본다. 구글이 던진 돌은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 구글이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의 제조 부문 일부를 인수했다.[사진=뉴시스]

9월 21일 구글이 인수ㆍ합병(M&A)을 단행했다.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의 제조개발사업 부문 중 일부를 사들였다. 인수금액 11억 달러(1조2500억원)를 낸 대가로 개발자 2000여명과 HTC가 보유한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넘겨받았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거다.

의외의 소식이었다. 구글은 오랫동안 ‘제조 부문’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구글이 제조해서 시장이 나온 제품이 소형 미디어 플레이어인 ‘크롬캐스트’와 인공지능(AI) 스피커인 ‘구글홈’ 2개뿐일 정도다. ‘제조 부문’을 향한 니즈(Needs)도 사실 없었다. 제조 없이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기업 2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니 말이다. 구글의 힘은 제조가 아니라 ‘플랫폼’이었다. 전세계 검색 포털 사이트 시장을 독점한 구글은 괴물처럼 영역을 넓혀나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구글의 행보는 똑같았다. 구글은 제조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로 승부를 걸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현재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넘는 스마트폰에 구글의 OS가 깔려있는 셈이다.

OS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다. 배터리 활용, 애플리케이션(앱) 호환 등 스마트폰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날고 기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스마트폰 하나 없는 구글이 세계시장을 주물럭거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랬던 구글이 HTC 사업부문을 인수했다는 건 어쩌면 충격적인 소식이다. 구글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IT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PC OS인 윈도 덕분이었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윈도 PC를 대량으로 만들어 팔았다. 지금의 구글과 같은 전략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제조사들이 윈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윈도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어 팔겠다며 하드웨어 강화 전략 카드를 꺼냈다. 구글도 ‘하드웨어 없이는 소프트웨어도 없다’는 절박함을 느낀 게 아닐까.”

구글의 전략 변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이제 안드로이드의 지배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신들이 만든 OS를 자신들이 만든 스마트폰에 탑재하길 원한다. 그래야 고만고만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융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여기서 출발한 바람을 ‘탈脫안드로이드’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구글의 가장 큰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OS ‘타이젠’을 개발해 스마트 TV와 냉장고, 소형 가전 등에 접목하고 있다. 신흥시장인 인도에는 타이젠을 이식한 스마트폰을 내놓고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3위 기업인 화웨이 역시 자체 모바일 OS ‘기린’을 내놓았다. 중국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샤오미의 제품 대부분은 자체 OS ‘미유아이’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이 오랫동안 거리를 뒀던 스마트폰 제조업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칫 잘못하다간 안드로이드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드웨어 없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생태계 조성

스마트워치, AI 스피커, VR 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기어 VR’ ‘기어 와치’ 등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이 제품군을 상대로 ‘수직계열화’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면 수직계열화는 ‘오르지 못할 나무’나 다름 없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구글이 자랑하는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도 결국 ‘뇌’다. 이 뇌에는 손과 발이 없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할 뿐이다. AI가 진정으로 구현되려면 오프라인 세상의 정보를 스스로 감지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웨어가 갖는 의미가 더 커질 것이다. 하드웨어가 AI의 손과 발, 눈이 될 수 있어서다.”

한편에선 구글이 ‘잘못된 로드맵’을 펼쳤다고 지적한다. 2010년 구글이 출시된 ‘넥서스’ 시리즈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2012년 모토로라를 인수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2년 뒤 레노버에 다시 넘겨 버렸다.


하지만 구글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구글은 지난해 자체 하드웨어 브랜드 ‘픽셀’을 론칭했는데, 당시 제조업체가 HTC였다. 1년간 호흡을 맞춘 HTC와 화합적 결합을 마쳤다면 ‘괴물 같은 스마트폰’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이 직접 만든 스마트폰은 다른 제조사들이 탐내는 ‘OS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지배력을 갖춘 구글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은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Made by google’이 시작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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