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회장님 왜 그러세요?
[윤영걸의 有口有言] 회장님 왜 그러세요?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58
  • 승인 2017.10.16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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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후안무치 행태

▲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재벌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경제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 기업을 옥죄고, 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참견하는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경영의 주체는 엄연히 기업이다. 기업이라는 선단을 이끌 선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어느 재벌그룹에서 벌어진 일은 조폭 영화 못지않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회장이 구속될 위기에 몰리자 전문경영인 A씨에게 대신 총대를 매게 했다. 혐의를 뒤집어 쓴 A씨는 출옥 후 회장을 찾아가 사전에 약속한 대가를 요구하자 회장은 면전에서 윽박지르며 오히려 사장자리에서 쫓아낸다. 오비이락인지 A씨의 비리에 관한 투서가 검찰에 접수돼 A씨는 두번째 감옥에 갔다.

첫번째 감옥행은 회장을 대신해서 간 것이라면 두번째 감옥행은 처절하게 배신 당한 모양새다. 출옥한 A씨가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회사는 A씨가 현직에 있을 때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맞소송을 벌였고 현재 그의 집까지 압류된 상태다.

이 회사 회장은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지만 등기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직원에게 공공연히 명품 밀수를 시키고, 임원 월급을 다시 빼앗아 회장 주머니에 챙겼다. 하청업체 납품에도 공공연히 개입하는 그는 회사 그림까지 무단으로 가져가 자기 집에 떡하니 걸어 놓는다.

자녀를 회사 직원으로 위장등록 해놓고 급여와 장학금까지 지급하기도 했다. 호화스러운 가족 여행은 회장 비서가 수행하며 공금으로 처리한다. 회장 주위에는 갖가지 성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경영인이 든든한 ‘돈맥’을 배경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과연 법과 정의가 올바로 선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사내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대낮에 여비서의 하체와 허리를 만지는 영상까지 나돌자 김 회장 측은 “서로 합의하에 만졌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회장이 자신을 황제로 생각하고 직원을 시녀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김 회장은 구차하게 해외에 머물지 말고 당장 귀국해서 조사를 받을 일이다.

한국 재벌의 문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부도덕한 먹이사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는 내 것이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오너는 전문경영인과 공생관계다.

마름 수준의 전문경영인은 오너의 파수꾼 노릇을 하며 회사 발전보다 자기 세력을 심는데 더 공을 들인다. 법조인 출신 기업인(전문경영인 고문 사외이사)들은 회장과 관련된 소송을 지휘하면서 로펌에는 일감을 물어다주고, 친정인 법조계에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회장이 마음 놓고 회삿돈을 빼돌리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바람막이 역할이 있다.

사실 경제민주화보다 더 급한 것이 경영민주화다. 구글 등 미국 대기업들은 엘리트 직원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구조이지만, 우리는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구성원의 창의력을 막는다. 불과 5~10% 지분만 갖고 있는 회장 일가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너의 전횡을 막으려면 이사회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에서는 회장의 뜻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하다 보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나 인도 타타처럼 주식을 신탁한 공익법인 등을 통해 기업을 소유하면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소유ㆍ경영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총수가 최고경영자가 아닌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아 그룹 경영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일상경영을 맡기는 방식도 바람직하다.

선진국을 보면 오너 경영에서 새 경영체제로의 전환은 더이상 피할 수 없다. 정부는 말로만 재벌개혁을 외치지 말고 당장 채찍을 들어야 한다. 타락한 총수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검찰ㆍ국세청ㆍ공정위원회 등 기업과 관련된 정부기관들이 흔들리지 않아야 악덕 기업총수를 단죄할 수 있다.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재벌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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