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충격 줬지만 지역 상인과의 갈등은 난제

오는 12월 한국 진출 3주년을 앞둔 이케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두번째 매장인 고양점 오픈을 앞두고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데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 승승장구하던 이케아의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케아 3년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 이케아가 고양시 덕양구에 2호점을 개점한다. 가구공룡이 영토확장을 시작한 거다.[사진=뉴시스]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지 3년. 그동안 이케아는 매년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광명점이 오픈 첫해 매출액 308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6년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3450억원, 2017년 회계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 3650억원(전년 대비 6%)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4년 오픈후 3년간 다녀간 방문객수는 연간 650만명, 멤버십 회원수는 1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매장을 6개(기흥ㆍ부산ㆍ계룡 등)로 늘린다는 계획도 현재까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케아의 두번째 매장인 고양점은 10월 19일 개점을 앞두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 연면적 16만4000㎡(약 4만9600평), 영업장 면적 5만2000㎡(약 1만6000평) 규모로 지어졌다. 오픈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광명점과 맞먹는 매머드급 매장이다. 판매 품목도 가구ㆍ생활용품ㆍ잡화ㆍ식품 등 9200여개를 파는 광명점과 비슷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규모와 품목을 앞세운 ‘가구 공룡’의 지역상권 침해가 고양시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케아는 “이케아가 광명시 지역상권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케아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한국유통학회가 2014년 12월~2015년 8월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광명점 10㎞ 이내의 주변 상점 매출이 7.5~27.4% 증가했다는 게 그 근거다. 

 
고양시가구협동조합 관계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케아 입점 후 주변상권이 살아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피해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이케아 입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 실태조사(2015년)’ 결과, 광명시의 가구점ㆍ생활용품점의 80%가 “이케아 입점 후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특히 가구점 외 가정용 직품제품 소매(92,3%), 식탁ㆍ주방용품 소매(85.7%), 전기용품ㆍ조명장치 소매(82.4%) 분야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이케아가 가구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매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탓에 고양시 가구업계 종사자들은 이케아의 입점이 확정된 2015년부터 입점 저지 운동을 벌였다. 고양시에는 40년 넘은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단지에 25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이케아가 들어서면 이들 업체의 매출 감소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긴 협상 끝에 이케아가 상생기금을 고양가구단지협의회와 일산가구단지협의회에 기탁하는 걸로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게 고양시가구협동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생을 돈으로 살 수 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의 한 가구업체 운영자는 “3년 전부터 내수부진, 인건비 상승, 임대료 상승 등으로 매출이 20~30%씩 줄었다”면서 “이케아까지 들어서면 장사를 접어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케아도 복합쇼핑몰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케아는 한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구 전문점으로 분류돼 대규모유통업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무휴업, 출점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 현재 이케아는 1년에 추석과 설 이틀만 쉬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가 판매하는 제품 중 가구의 비중은 30~40% 내외다. 가구 전문점보다는 유통업체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또 대규모유통업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 소매 매출액 연 1000억원 이상, 매장 면적 3만㎡(약 9090평) 이상이라는 조건에도 모두 충족된다. 이케아는 매년 3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데다 매장 규모도 5만㎡(약 1만5151평)가 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입을 통해 재점화됐다. 정 부회장은 8월 24일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복합쇼핑몰 규제가 적용되면 이케아도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규제 형평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케아는 규제가 생기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드레 슈미트 칼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8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케아는 자체적으로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홈퍼니싱 기업이다”면서도 “어느 시장이든 규제와 정책이 있다면 따르는 게 이케아의 원칙이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산업통산자원부와 협의 중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이케아의 행보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 이케아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렇다고 이케아의 3년에 비판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이케아가 홈퍼니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고 시장 규모를 키웠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이른바 ‘메기효과(강력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거다. 실제로 대표적인 국내 가구업체인 한샘의 매출액은 2014년 1조3250억원에서 2016년 1조9345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 리바트의 매출액도 2014년 매출액 6429억원에서 2016년 7356억원으로 늘었다.

국내 가구업체 관계자는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이슈가 되면서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대형 가구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제품과 서비스 등을 강화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가구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은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케아 코리아의 3년, 메기 덕에 미꾸라지는 살아 남았지만 피라미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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