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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짜리 솜사탕에 화들짝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258호] 2017년 10월 12일 (목) 10:34:18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대형몰에선 서민들의 지갑이 속절없이 열리곤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집을 가진 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런 욕구를 정리해 만든 신조어는 국문학을 전공한 이가 만든 듯 절묘하다. 지하철이 인근에 있으면 역세권, 숲이 근처에 있으면 숲세권, 걷거나 자전거로 내달릴 천변이 근처에 있으면 천세권이라 하여 집값을 올리는 상승 요인을 신통하게 만들어 낸다. 최근엔 몰세권이라는 말까지 기세 좋게 등장했다. 집 근처에 복합쇼핑몰이 있으면 몰세권의 영예(?)를 안게 된다는 얘기다.

복합쇼핑몰은 물건을 단순히 사고, 파는 공간을 떠나 온 가족이 머물며 문화
외식쇼핑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 배후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쇼핑몰 사업의 특성상 몰의 운영주체는 당연히 대기업인데,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온종일 머물며 돈을 써댈 공간을 만들겠다는 거다.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상업적으로 절묘하게 읽어낸 공간인 만큼 위력은 대단하다. 최근 “주말에 그냥 있을 고양?”이란 고양이 슬로건을 통해 개장 직후 주말에 30만명을 불러 모은 복합 공간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8월 개장날. 이곳 인근의 도로는 들어가거나 나가려는 차들 또는 주차공간을 찾는 차들로 혼잡했다. 흙바닥의 임시주차장 역시 개장 전 이미 만차였다. 한적한 시골 같던 삼송길은 가족 단위의 고객들로 넘치고, 손에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이들로 횡단보도는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난생처음 이곳에 들어선 이들은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축구장 60개의 방대한 규모에 각종 브랜드의 상점 및 전국의 맛집이 구석구석 들어차 있다. 허리가 휘는 서민들이 여기서 기가 죽지 않으려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어찌어찌 하다 보면 막둥이 한달 학원비를 날릴 결심을 해야 한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선 줄은 지루하게 길다. 봉황의 알 같은 귀중한 내 돈을 쓰는데도 우리는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필자도 줄을 서 본다. 늙수그레한 아빠를 줄 세워놓고 아내와 쌍둥이 녀석들은 뭐라도 사볼 심산으로 공산품이 그득한 인위적 공간을 하릴없이 거닌다.

며칠 전의 오픈 행사에는 이 몰을 운영하는 그룹의 대표, 지역의 장 등 높으신 분들이 모두 모였다. 몇천명의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효과를 주창하며 그들이 테이프 커팅을 할 때, 한편에서 서민들의 지갑은 속절없이 열린다. 선녀의 옷으로 감싼 듯, 화려한 솜사탕은 5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뭐 누가 열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를 위시해 남자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맛집 사장은 카드를 연신 긁어대느라 고객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표정으로 일관한 종업원들 역시 분주한데 그들은 먹은 접시들을 ‘와장창’ 트레이에 쓸어 담는다. 식사를 마친 고객과 빈 밥그릇은 식탁에서 얼른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는 듯. 줄을 선 채 상념에 잠긴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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