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파견법 폐지’ 원하는 이유
불법파견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노동자다. 본의 아니게 파견노동자가 되면 일반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해도 적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각종 노동조건에서도 차별받고, 2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고용도 불안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파견법은 악법’이라고 말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충분하다.
파견법은 사측에 유리하다. 사업주의 노동법상 의무를 피할 수 있는 규정이 많아서다. 특히 영세한 형태로 운영되는 파견사업주들이 책임질 수 있는 노동법상 의무는 거의 없다. 결국 파견법의 문제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라는 이분법적 논쟁 그 너머에 있다.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파견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적법한 임금, 복리후생 등은 직접고용된 노동자들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견노동자의 고용불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파견노동자 73%가 1년 내에, 48.9%가 6개월 내에 계약 종료됐다. 노동자들을 쉽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노동계가 ‘파견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견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노동법의 근본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의 근간인 근로기준법 제9조의 내용을 보자.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않고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원칙적으로 간접고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파견법은 다르다. 근로자파견계약은 ‘파견사업주(용역업체)와 사용사업주 간에 근로자파견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이뤄진다. 파견노동자는 파견사업주와 고용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근로자파견계약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고 사용사업주를 위해 일한다.
노동계가 “애초에 예외를 두지 않으면 헛갈릴 일도 없다”면서 ‘파견법 개정’이 아니라 ‘파견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다.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예외적인 법으로 감추지 말라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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