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완화 주장 불편한 이유

재계는 노동계와 달리 파견법 확대 적용을 주문한다. 높은 인건비를 더 줄일 수 있도록 파견노동자를 더 많이 공급하라는 거다. 하지만 이 주장은 불편하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노동자로 2년을 근무한 후 ‘정규직’이 돼야 하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기업이 소수에 불과해서다. 파견법을 어기고 있는 재계가 되레 파견법을 완화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재계는 파견기간 확대 등 파견법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사진=뉴시스]

329만원 vs 176만원. 2016년 기준 정규직노동자와 파견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다. 둘 다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할 때, 당신이 경영자라면 누굴 고용하겠는가. 답은 뻔하다. 2년이라는 사용기간 제한이 걸려 있지만 176만원짜리 파견노동자를 선택할 거다. 인건비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서다. 해고 또한 쉽다.

직접고용을 하면 그 순간부터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 노동자와 협의하지 않고는 해고든 전환배치든 쉽지 않지만 파견은 근로자파견계약만 해지하면 그만이다. 노동자의 집단행동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파견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3%다. 정규직노동자(20%)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파견법을 통해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단순 유추한 게 아니다. 19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기업들이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내놓은 답변을 종합한 결과를 풀어 설명한 거다. 재계는 이렇게 얻은 이득을 ‘파견법이 기업 경영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라고 주장한다.

2016년 11월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등 8개 경제단체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총 153건의 ‘규제 기요틴(단두대) 과제’를 제출하면서 “경제상황의 어려움”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기간제 사용기간 규제 완화’ ‘파견업종과 기간 규제 완화’ 등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잘 돼야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소비가 늘어 내수가 좋아지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근거도 덧붙인다. 물론 파견법 덕분에 낮은 임금으로나마 고용이 늘면 재계의 주장도 일면 일리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파견노동자들이 2년 후엔 대부분 다시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파견기간이 끝난 후에 직접고용을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안 지는 셈이다.

더구나 파견법을 확대 적용하면 기존에 329만원을 받던 노동자도 176만원을 받는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다. 기업의 주장과 달리 소비가 줄고, 내수는 쪼그라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재계의 주장은 꼼수’라는 파견근로자들의 비판을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