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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 “지금은 미국 편 드는 게 상책”이필재의 人sight
[258호] 2017년 10월 12일 (목) 10:34:18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이상우(79) 소장은 보수 우파다. 그보다 소신파다. 원칙주의자인 그는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시절 한림대로부터 총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 학기 남은 정년퇴직 전엔 곤란하다고 버텼다. 서강대가 양보해 그는 한 학기 ‘마이갈이’(조기) 정년퇴직을 했다.

▲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으려면 미국 편을 드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구조적으로 조선조 임진왜란 직전이나 대한제국이 망했을 때와 같습니다. 동북아는 미국의 단극체제를 벗어나 중미간 신형 대국관계에 접어들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 합의죠. 과거 명ㆍ청 시대 조공국인 서태평양 150개국을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했어요.”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장은 “북한은 동북3성처럼 외성화外省化하고 한국은 주권국가로 남겨두되 핀란드화하겠다는 게 신형 대국관계를 추구하는 중국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ㆍTHAAD)가 중국에 위협이 못 된다는 건 중국이 더 잘 압니다. 미국의 바운더리에 들어가지 말라, 반反중국 행위 하지 말라는 게 중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사드의 상징성이죠. 중국 말 듣는 핀란드처럼 살라는 겁니다.”

이 소장은 경희대ㆍ서강대에서 30년간 정치학 교수를 지냈고 한림대 총장을 지낸 안보ㆍ국방 전문가다. 국제정치학회장ㆍ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장ㆍ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ㆍ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우리나라가 미ㆍ중 틈바구니에서 살길은 뭔가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으려면 미국 편을 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고故 스칼라피노 미 버클리대 교수가 과거 저에게 ‘한국이 답답하다’며 미국이 동맹을 선택하는 네가지 기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일이 있습니다. 이념적 동질성, 전략적 가치, 경제력, 자생력. 트럼프로서는 한국에 10을 내주고 100만큼 활용할 수 있어야 도울 겁니다. 사드를 임시 배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건 악수에요. 사드 여섯개 배치를 국민들 동의 받고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뭐라고 권하겠습니까?
“미국 쪽에 줄 서라. 중국이 이만큼이나마 우리나라를 대접하는 건 우리가 미국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라는 줄이 끊어지면 바로 밟으려 들 거예요.”

이 소장은 스무권 남짓 책을 썼고 약 30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자들은 2003년 그의 저작 목록집을 내면서 ‘배우고 가르치며 걸어온 선비의 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역대 정부로부터 통일부 장관 등 네번에 걸쳐 입각 및 입각에 준하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국정원장을, MB는 국방부 장관을 제의했다. 국정원장은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최초의 문민 출신 국방장관은 시기상조라고 고사했다.

▲ 이 소장은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코리아 패싱은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단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우리가 받을 수 없습니다. 군은 망신스러워 그렇게 말 못할 거예요. 우선 우리 군은 전쟁 기획을 한번도 해 본 일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교육 받은 장성도 군단 규모 지휘까지만 훈련 받았죠. 둘째 주한미군을 한미연합사로 묶어 놓아 미국이 철군을 못하는 겁니다. 미군이 떠나면 코리아 패싱은 눈앞의 현실이 됩니다. 그 전에 사람을 기르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돼요. 그런데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국회가 상정도 안하고 있어요. 3군을 통합해야 합니다.”

그는 육군은 장성이 440명으로 미국보다 많다고 말했다.

✚ 오늘 전쟁이 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우리 군 전력이 대북 우위에 있지 않나요?
“핵을 제외하면 그렇죠. 우리 무기는 4세대, 돈이 없는 북한은 2세대입니다. 경제력은 우리가 북한의 44배이고요. 문제는 전쟁 기획 능력, 조직 및 전략입니다. 이들 면에서는 북한이 4세대, 우리가 2세대입니다. 전쟁이 나면 우리가 이길 수 없습니다. 전쟁을 지휘할 만한 사람도 없어요.”

그는 우리나라 복지 예산 100조 중 10조를 전력 증강에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면 중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역대 대통령들과 인연을 맺었는데 대통령이 뭘 해야 합니까?
“대통령은 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생각하는 자리지. 장관 잘 뽑아 이 사람들이 일을 하게 만들어야죠. YS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했던 충고입니다.”

그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주 중에 친구들과 골프를 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난이 일자 그가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두가지 일만 하면 된다. 심사숙고해 적임자를 찾아내 일을 맡기는 것과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대립할 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각료들에게 위임하지 않고 대통령이 일을 더 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그는 대통령이 장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개입하려 들면 해당 부처 조직이 죽는다고 주장했다. “특정 부처 국과장을 부르지 말고 부르려면 장관을 배석시켜야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차관급이었던 김 수석에게 인사권까지 줬어요.”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가 10월 16일입니다.
“박근혜는, 죽어야 삽니다. 촛불혁명은 ‘인민혁명’입니다. 혁명에 진 이상 자신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있느니 없느니 따지는 건 무의미해요. ‘내 탓이니 내가 책임 진다. 다른 사람들은 죄가 없다’고 해야 합니다.”

✚ 아버지 박 대통령이라면 그랬을까요?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박정희는 5ㆍ16 당시 군대를 거의 동원하지 못했어요. 친親5ㆍ16 사회 무드가 형성돼 이긴 겁니다. 5ㆍ16은 사실상 무혈 쿠데타였다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쓴 「살며 지켜본 대한민국 70년사」에 이렇게 기술했다. ‘많은 현대사 교과서가 5ㆍ16을 민주정치 발전을 후퇴시킨 폭거로 평한다. 그러나 당시의 국민들은 5ㆍ16을 4ㆍ19 정신의 계승으로 여겼다.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앞장서 투쟁한 사상계사 장준하 사장은 “한국의 군사혁명은 압정과 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후진국의 길잡이요, 모범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5ㆍ16은 4ㆍ19의 연장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소장은 서울중ㆍ서울고를 수석졸업했고 서울법대에 수석 입학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피난 가 어린 나이에 책 제본 등 이런저런 일을 해본 그는 학생으로서 가장 좋은 돈벌이는 장학금 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 4년 간 한림대 총장을 지내셨는데, 대학 내지는 사학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대학 문제는 대학에 맡겨야 합니다. 미 연방정부엔 교육부도 없어요. 미국은 대학 설립이 자유화돼 아무도 대학 수를 모릅니다. 정원 제한도 없습니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좋은 대학은 거의 다 미국에 있어요. 미국에도 비리 대학, 시시한 대학이 있지만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 은퇴를 앞뒀거나 막 은퇴한 사람들에게 세컨드 라이프와 관련해 조언을 주시죠.

“하고 싶었던 걸 해야죠. 뭘 구상해 새로 시작하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림대 재직 당시 서예를 시작했어요. 주말에 쓰는데 재미도 있고 대만족입니다.”

✚ 버킷 리스트가 뭔가요?
“21세기 평화질서를 주제로 준비 중인 책을 끝내고 가는 겁니다. 평생의 화두가 평화와 질서였어요. 평화를 가져오려면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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