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차 할부금융의 연체이자율을 아는가

자동차 할부금융을 이용해 자동차를 마련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가의 수입차를 할부금융을 통해 구입하는 젊은층은 숱하다. 유혹의 불쏘시개는 낮은 이자율. 하지만 이는 마케팅에 불과하다. 어쩌다 연체라도 한번 하면 ‘폭탄’이 날아든다. 문제는 연체이자율을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 자동차 할부금융을 통해 저렴한 이자율로 자동차를 장만할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집은 없어도 차는 산다.” 요즘 사람들의 소비 세태다. 일부에선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고 분석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응답을 토대로 이유를 추정하면 대략 이렇다. 취업문은 바늘귀 뚫기 수준이다. 힘들게 취업을 해도 대부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다.

임금인상률은 주거비를 비롯한 각종 생활비 인상률을 턱없이 밑돈다. 혼자 벌어 생활하기도 빠듯하니 결혼도 집 장만도 포기했다. 일에만 쫓겨 사는 스스로의 처지가 안쓰럽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의 일환으로 자가용을 장만한다. 여행도 다니면서 나름의 인생을 즐긴다.

주목할 건 이들의 상당수는 빚을 내서 차를 산다는 점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통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여신금융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총 취급잔액은 2016년 기준 23조2844억원이다. 여신금융사 할부금융 전체의 92.7%를 차지한다. 2006년(6조3948억원)보다 264.1%나 증가했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잠깐 줄었다가 ‘빚내서 소비하라’고 공공연하게 부르짖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부터 급격히 늘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업계는 너도나도 자동차 할부금융에 뛰어들었다. 신용카드 5개사(신한ㆍ삼성ㆍKB국민ㆍ롯데ㆍ우리)의 올해 1분기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액은 1조974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79억원)보다 7661억원(63.42%) 늘었다. 은행권도 다르지 않다. 시중은행 4개사(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의 올해 8월 말 기준 자동차 대출 잔액은 2조152억원에 이른다. 2015년에만 해도 자동차 대출 잔액은 약 8000억원에 불과했다.

금융업계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집은 없어도 차는 산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사업이 꽤나 쏠쏠하다는 거다. 현재 신차 기준 여신금융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이자율은 대략 3% 중반에서 6%대로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차종은 준중형이고, 가격은 1700만~2500만원선이다. 이를 기준으로 적용하면 여신금융사는 할부금융 액수에 따라 1대당 100만~200만원(36개월 할부 적용)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구매자는 손쉽게 차를 구입하고, 여신금융사는 돈을 벌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17년형 기준 현대차의 아반떼(AD)를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산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은 1825만원. 현대캐피탈을 통해 가장 낮은 이율(최근 3개월 내 할부금융 실적 기준)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받을 수 있다. 10%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1642만5000원을 36개월 할부금융으로 충당할 때 평균이자율은 4.11%(현금 보유비율에 따라 0.5~1% 변동), 최대는 6.9%다.

4.11%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할부금융 총 이자는 106만1481원이고 총 상환금은 1748만6481원, 매월 48만5736원(원리금균등상환)을 지불해야 한다. 정규직 직장인 평균월급(중위권)이 약 241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할부금으로만 월급의 5분의 1을 쓰는 셈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에 숨은 함정


더 큰 문제는 연체를 했을 때다. 여신금융사들의 연체이자율은 적게는 23%, 많게는 법정 최고인 27.9%에 달한다. 평균적으로는 24% 수준이다. 일반적인 연체이자율 계산법은 ‘월상환금×연체이자율×연체일수÷365’다. 1개월(30일)을 연체하면 9581원의 연체이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1개월을 넘기는 시점부터 계산이 확 달라진다. 연체이자율에 대출잔금을 붙인다. 할부금(월 48만5736원)을 3개월(145만7208원)만 내고 이후 2개월 동안 돈을 내지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1개월 이후부턴 대출잔금(원리금균등상환에 따른 대출잔금 1513만2142원)에 연체이자율과 연체일수(30일)를 각각 곱한 이자를 내야 한다.

계산해보면 ‘1513만2142원×24%×30(일)÷365=29만8497원’이다. 월할부금 2개월치에 29만8497원, 첫 1개월 연체이자 9581원을 얹어 총 127만9550원을 한번에 내야 한다. 이른바 할부금 폭탄이다. 여신금융사 관계자는 “연체 횟수에 따라 이자율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계산법을 고객이 다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체이자율 계산법은 여신금융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계산법을 문의해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 어렵다. 대형 여신금융사 4곳에 문의해본 결과, 관계자들은 모두 “할부금융을 진행하는 고객에 한해서 정확한 계산법을 알려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계산법도 다양해서 복잡하다”면서 “하지만 연체이자율을 묻는다는 건 연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격인데, 대출을 해주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들은 “연체를 안 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말하자면 고객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연체이자율을 제대로 따져 묻지 못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꼬치꼬치 캐묻자니 할부금융을 받을 수 없고, 연체를 안 할 것을 가정해 대출을 받았다가 혹시 모를 연체가 발생하면 이자폭탄을 맞는다. 일부 여신금융사 관계자는 “연체가 길어지면 가산금리가 붙어 기본 이자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이자율 계산법에도 없는 이자가 추가로 더 붙을 수 있다는 거다.

중고차나 수입차 할부금융은 기본 이자율이 훨씬 높다. 6%대에서 10%대를 넘나든다. 신차는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3년 이내의 자동차를 처분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중고차나 수입차는 그렇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최근 20~40대는 수입차를 선호(수입차협회 자료)하는 추세다.

하우스푸어 피하려다 카푸어 전락

게다가 수입차 판매처들은 일정 기간 리스료만 받다가 목돈을 모아 한꺼번에 만기상환하라는 마케팅으로 젊은층을 유혹한다. 그래서인지 하우스푸어에 이어 카푸어(Car poor)가 신조어로 등장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30대의 21%, 40대의 23%가 3개 금융사 이상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다. 젊은층이 자동차 할부금융의 이자폭탄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들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높은 연체이자율은 채무자 부담을 높여 연체를 해소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연체이자율을 규제해 연체 채무자가 정상적인 채무 계약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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