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운명 ‘2차전지’에 달렸다
전기차의 운명 ‘2차전지’에 달렸다
  •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 호수 259
  • 승인 2017.10.18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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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전기차 산업 전망

“향후 20년 안에는 전기차가 주력이 될 수 없다. 2차전지의 핵심 부품인 리튬 등 소재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들 소재의 매장량도 한정적이다. 지금 전기차를 향한 기대감은 과도하다.” 지난해 초 기업 탐방을 위해 방문한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임직원은 전기차 시장 성장의 대책을 물어본 필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과연 그럴까.

▲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변화하는 시장을 얕잡아보고 대응해 사라진 기업을 많이 알고 있다. 1980년대까지 전자제품 시장을 호령했던 소니와 피처폰의 전설이던 노키아가 대표적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과감한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자동차 시장만큼 변화가 예상되는 산업도 없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전기차가 수백년간 왕좌를 지킨 내연차 기술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도입이 빨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 온난화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농도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글로벌 주요국의 자동차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환경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내연차 판매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과 인도는 2030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이보다 앞선 2025년부터 내연차 판매가 금지된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의무 판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최근 전기차 시대를 선언, 급속충전소 설치·업무용 차량 전기차 전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860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수는 올 6월 기준 1만5869대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 업체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0년까지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까지 30여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스웨덴의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내연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2025년까지 100만대의 친환경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도 2050년부터 더 이상 내연차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포드·BMW·혼다 등 주요 자동차 생산 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전세계 95만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100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성장세 가파르지만…

물론 전기차 시장 확대를 막는 걸림돌도 있다. 바로 경제성이다. 연료비 등을 고려해도 전기차가 아직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로선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면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가격 부담이 전기차 판매 증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다.

배터리는 생산 원가의 30~5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2차전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코볼트 등 소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난해 ㎾h 당 수준 200달러(약 22만5000원)으로 떨어진 배터리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지는 불확실하다.

전기차 시대의 진입으로 자동차 시장의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기 투자자는 어떤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야 할까.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엔 위기일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부품 수는 2만~3만개 정도지만, 전기차는 6000~7000개에 불과하다. 많은 부품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될 경우 내연기관에 특화된 부품업체들은 생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업체도 당분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 전기차 시장이 확대하면서 2차전지 관련 기업이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전체 판매수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라는 새로운 차량에 개발비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연차와 전기차를 생산이 함께 진행될 경우 판매량은 그대로인데 판매 모델만 증가해 효율성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없었던 테슬라 같은 순수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최근에는 가전 업체까지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언급했듯 전기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차전지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2차전지 시장 확대로 이해해도 무관하다. 실제로 2030년 자동차용 2차전지가 전체 수요의 80%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표 2차전지 업체인 LG화학의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2배에 달하는 상승세를 기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차전지는 크게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중국과 일본 업체가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 중에도 주목할 만한 기업이 없는 건 아니다. 양극재 부문에서는 엘앤에프가 세계 시장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음극재 부문에서는 포스코켐텍이 1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시장점유율 12%를 점하고 있으며, 전해액 시장에서는 솔브레인과 파낙스이텍이 각각 5%, 8%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이미 내연차를 버리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지 오래다.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 기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시장 점유율 높은 기업에 관심 가져야

그러나 이젠 자동차 사업이 전기차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기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 시대에 국내 자동차 산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고 기술을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 투자할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키아 사례처럼 과거에 집착하고 새로운 혁신을 게을리 한 기업은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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