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 | 通通 테크라이프 ❻ 블록체인의 힘

월마트 중국 매장은 최근 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재고 관리가 영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한 냉동 망고를 찾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이 기술을 도입한 월마트 중국 매장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상한 망고를 찾는 시간이 2.2초로 확 줄었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은 무엇일까. 가상화폐에서 종종 등장하는 ‘블록체인’이다.

▲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들은 블록체인을 시장을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인식하고 있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상화폐의 가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루 만에 얼마나 올랐느냐가 주요 이슈다. 이를 두고 가상화폐를 찬양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정작 그 속의 기술인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드물다. 단지 ‘안전한 기술’ ‘해킹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개념만 퍼진 상태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IT 기술이 아니다. 가상화폐가 존재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가상화폐가 매력적인 건 은행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감독이나 추적이 불가능하고 환율 변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담보 없이 개인 간에 이런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블록체인은 이걸 가능하게 하는 마법 같은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간단히 설명하면, 개인 간 거래 데이터를 기록한 장부(블록)를 엮은 것이다. 거래 데이터가 담긴 블록들이 사슬로 이어져 하나의 장부를 이루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은행 등의 특정 기관이 모든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일반적인 금융 생태계와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블록체인이 ‘공공 거래 장부’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렇게 하면 거래의 안정성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간의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약 특정 블록이 해킹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주체가 가진 온전한 블록을 복제해 원래대로 복구할 수도 있다.

 

장점은 또 있다. 데이터를 기록ㆍ중계하는 중앙 서버가 필요 없다. 그 자체로 보안 수준이 높아 관리비를 줄일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블록체인의 응용 범위는 상당히 넓다.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금융ㆍ무역ㆍ물류 등 산업 영역, 의료ㆍ식품과 같은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좀 복잡한 이야기를 사례로 다시 한번 살펴보자. 월마트 중국 매장은 IBM과 협업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식품의 원산지, 유통기한, 창고 온도, 배송과정 등의 세밀한 데이터를 블록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데이터들은 여러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더라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식품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유통업체는 모든 지점의 식품 데이터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품질 보존이 쉬워졌다. 가령 냉동 망고가 상한 원인을 찾는 데 소요되던 시간이 기존에는 7일이었다면, 블록체인은 2.2초 만에 찾아냈다. 식품이 생산되고 밥상에 올라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블록체인에 매료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BM기업가치연구소가 약 3000명의 글로벌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이 연구소는 블록체인을 대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글로벌 경영진을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눴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그룹을 ‘탐험가적 경영진’, 블록체인을 고려하는 그룹을 ‘정보 수집형 경영진’, 블록체인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그룹을 ‘관찰자적 경영진’ 등이다.

연구소는 세 그룹 중 탐험가적 경영진의 특성을 분석했는데,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금융시장 종사자가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금융산업의 전체 임원 중 3분의 1이 블록체인을 활용 중이었다. 더불어 방어보다 혁신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땐 시장을 아예 뒤엎을 각오를 다지는 이들이 상당수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탐험가적 경영진 중 80%는 이 설문조사에서 “변화하는 수익원에 대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투자했다”고 답했다. 한 호주 금융기업의 경영진은 “블록체인을 무시하는 금융기업은 이제 사실상 없다”면서 “블록체인은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험가적 경영진이 속한 기업 대부분이 각 산업을 이끄는 리딩기업이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들은 블록체인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데이터 품질과 정확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블록체인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낯설기만 한 이 기술에 산업 생태계를 바꿀 힘이 있다고 판단한 거다.

 

글로벌 경영진들의 혜안

그렇다고 탐험가적 경영진이 블록체인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다. 탐험가적 경영진 중 71%는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 전략전 파트너 및 경쟁사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사와 협업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 경영진은 80%를 넘어섰다. 경쟁사와의 협력이 현재로선 블록체인의 최대 난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아무리 암호화된 기술로 묶여 있어도 경쟁사의 하드드라이브에 본인 회사의 기밀이 쌓이는 건 꺼림칙한 일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가자 모두가 거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 기술이 여러 분야에 상용화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록체인이 숱한 단점들을 극복하고 혁신기술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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